금속활자 제대로 살렸다면 한반도서 산업혁명 이뤘을 것
나라·기업·개인 함께 가는 공동체적 가치관을 지닌 회사를 선택하라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가진 게 없다는 게 절망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우리나라는 커피가 전혀 나지 않지만 커피를 활용해 해외에 나가 큰 돈을 버는 사람이 생겨나지 않았는가. 삼성이 TV를 처음 만든 건 아니지만 지금은 세계 제1의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권오용 효성그룹 고문은 19일 부산 동서대를 찾아 기업문화 특강을 하면서 이 같이 강조했다. 동서대가 이번 학기 국내 주요 그룹 인사채용 담당자를 불러 준비한 이 강의에서 권 고문은 기업의 역할과 책무를 강조했다.
그는 2시간 가까운 강의 동안 숨 돌릴 틈 없이 기업의 역할과 책무를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갖고 있는 게 없다는 건 반대로 무엇인가를 꾸준히 찾아내야 한다는 희망의 시발점으로 볼 수도 있다"며 "오늘 강의를 하게 된 것도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불어넣어주고 싶어서다"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과 SK그룹,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기업과 재계단체에서 30년 넘게 홍보업무를 맡아 온 권 고문은 이날 '잘 살아보세, 시민의 꿈'이라는 주제로 강의했다. 당초 학교가 예상한 이상으로 학생이 몰려 바닥에 앉아 강의를 듣는 학생도 있었다.
권 고문은 한 사회가 잘(well) 살기 위해서는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과거 우리는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개발했음에도 나라에서 불경을 만들었을 뿐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면서 "반면 서양의 구텐베르크는 인쇄술을 발명한 후 기업형식으로 운영하며 성경을 만들어 팔았다"고 말했다.
구텐베르크의 활자인쇄술이 권력의 전유물인 성경을 널리 보급함으로써 서양에서 시민사회를 촉진시키고 나아가 산업혁명에까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받는 만큼, 우리가 먼저 발명한 금속활자를 적극 활용했다면 "서세동점(西勢東漸)이 아닌 동세서점의 시대를 열었을지도 모른다"는 게 권 고문의 설명이다.
공동체적 가치가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현 시대에서 좋은 기업과 나쁜 기업의 차이는 돈벌이를 잘 하느냐 못 하느냐의 차이가 아니다"라며 "나라와 기업, 개인이 각기 따로 가는 게 아니라 함께 간다는 공동체적 가치관을 기업문화로 발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