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드롬 진화 나선 재계·학계… “좌우대립 더욱 부추켜”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피케티 신드롬’에 대해 그의 경제론이 좌우 대립을 더욱 부추긴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피케티의 논리는 단순히 소득분배 구조 개선에 맞춰져 자칫 고용과 분배 구조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아시아금융학회와 공동으로 16일 오후 여의도 FKI TOWER 컨퍼런스센터에서 ‘피케티 21세기 자본론과 한국 경제’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21세기 자본론’을 어떻게 볼 것인가 ▲‘21세기 자본론’과 한국의 소득 분배 ▲‘21세기 자본론’과 한국의 조세 정책 등 3개 세션으로 나눠 진행된 세미나에서 토론자들은 모두 피케티의 경제론에 위험성을 예고했다.
피케티는 저서에서 1700년대 후반부터 3세기 동안 20여개국의 방대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자본 수익률이 항상 경제성장률보다 높아 부의 집중과 소득 불평등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이에 대한 도발적인 진단과 처방을 제시했다. 하지만 국내 재계와 학계는 피케티가 노동자 몫의 하락과 소득분배의 악화를 필연으로 보면서 최고 소득세율 인상과 글로벌 부유세를 주장한 대목에 반박하고 나섰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경제성장은 기본적으로 기업가의 투자에 의해 이뤄진다는 점을 간과한 채 단순히 소득분배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고율의 누진소득세와 자본세를 부과하면 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렇게 되면 피케티가 의도하는 것과는 반대로 기업가의 투자환경이 악화돼 투자가 위축되고 그 결과 고용과 분배 구조가 더욱 악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첫 발제에 나선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이미 실패한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본뜬 ‘21세기 자본’이 나와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는 자체가 아이러니이고 위험하다”고 언급했다. 투자를 활성화시켜 파이를 키우기보다 고소득층이나 자산가들에 대해 80~90%에 이르는 몰수적 고율 세금 부과로 1대 99의 대립적 구도를 더욱 부추긴다는 얘기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역시 피케티의 논리대로는 이념과 가치의 균형을 잃게 된다며 진화에 나섰다. 조 교수는 “노동계급의 희생을 전제로 한 자본계급의 번영을 중과세를 통해 막아야 한다고 여긴다면 21세기 자본의 신화에 빠진 것”이라며 “자본축적이 반드시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직접적인 요인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현진권 자유경제원장은 피케티의 경제론을 “배울 게 하나도 없는 이론”이라고 평가했다. “피케티는 상대방에 대한 배 아픔의 인간정서를 부추기면서 소수에 대한 세금강화로 배 아픔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며 “이 같은 피케티의 경제철학이 국민들에게 호소력을 가지면 한국의 성장신화는 우리 시대에서 멈추고 말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한국 사회의 소득불균형은 계속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낙년 동국대학교 교수는 “해방 전에는 높은 수준이었던 소득집중도가 해방 후 급락해 비교적 낮은 수준으로 안정됐다가 1990년대 중반 이후 다시 급상승하는 ‘U자형’의 양상을 보였다”며 “현재는 소득불평등이 크게 확대되고 있는 영미형과 이전의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유럽·일본형의 중간 정도”라고 진단했다. 이어 “1990년대 중반 이후 한국경제가 저성장 단계로 들어서면서 소득불평등이 다시 급속히 확대됐다”며 “고용증가 둔화, 외환위기 이후 기업경영 시스템 변화와 성과주의 보수체계 확산, 소득세 과세체계의 누진성 후퇴 등이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