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국내방산기업인 현대로템이 차기전술교량 개발을 실패한 가운데 앞으로 차기전술교량 도입사업을 놓고 국내에서 개발할지, 해외에서 도입할지 갈림길에 놓였다.
5일 군에 따르면 차기전술교량사업은 2003년 합동참모본부의 요청에 따라 추진됐다. 전술교량은 전시에 다리가 끊어졌을 때 임시로 설치되는 다리로 군수품과 병력을 움직이는 데 필수적인 장비다.
당시 합참은 교량길이 성능요구조건(ROC)을 60m로 설정했다. 또 방위사업청은 육군사관학교 화랑대연구소의 선행연구결과를 바탕으로 2007년 현대로템을 개발업체로 선정했다. 당시 현대로템은 지난해 12월까지 개발을 완료하기로 했다.
하지만 현대로템의 전술교량은 2009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진행된 6차례 시험평가에서 결함이 발생해 교량설치에 실패했다. 이에 국방기술품질원 등은 기술검토위원회를 지난해 3회에 걸쳐 토의한 결과 현대로템에서는 개발이 힘들다는 결론을 냈다.
이에 방위사업청은 올해 3월 현대로템에 계약해지를 통보 하고 착수금 162억 7000만원, 보증금 18억원, 이자 23억 6000만원 등 총 204억원의 투자금액을 모두 회수했다. 합동참모본부가 사업을 요청한지 11년동안 개발에 결실을 맺지 못한 셈이다.
문제는 향후 사업방향이다. 방위사업청은 일단 국내에서 개발하기 힘든 기술을 해외에서 도입하거나 해외에서 교량자체를 직수입하는 방안 등을 검토중이다.
군도 현대로템에서 개발하기로 한 차기전차교량은 운용성평가에서 교량중량과 가설시간의 성능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합참에서는 교량중량의 ROC는 45톤이하, 가설시간은 90분이하로 규정했다. 하지만 운용성평가에서 현대로템의 교량의 성능은 미충족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방위사업청은 현대로템에서 사실상 군 ROC를 충족시키지 못할 것으로 판단해 합참에 현대로템의 건의에 따라 교량길이의 ROC를 53m로 수정해줄 것을 건의할 방침이다.
하지만 교량길이를 줄여도 국내개발 성공여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ROC변경은 당초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군이 ROC를 60m로 설정한 것은 한미연합사의 전시 교량피해 예상범위를 토대로 책정한 것이지만 길이를 대폭 줄일 경우 작전에 투입될 교량이 얼마나 효율성이 있겠냐는 것이다.
특히 방산전문가들은 정부가 투자해 국내개발에 성공할 경우 수출시장도 고려해야하지만 수출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에서 전술교량을 생산하고 있는 방산기업은 5곳이다. 영국(BAE사, WFEL사), 스웨덴(Kockums사), 독일(Cassidian사), 이스라엘(IMI)가 대표적이다. 교량의 길이는 각각 52m, 49m, 56m, 46m, 62m다.
영국의 BAE사의 경우 자국은 물론 말레이시아에 이미 수출했고 WFEL사의 경우 터키, 독일, 스위스에 수출한 바 있다. 이때문에 해외수출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여서 수출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산업연구원 안영수 실장은 "수출시장을 감안하려면 경제성이 담보되어야 하지만 전술교량의 수출시장은 이미 가능성이 희박하고, 산업연계성도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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