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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 '진영논리' 과잉과 상식의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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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류정민 차장] 삶이 힘겨운 이유는 먹고사는 어려움 때문만은 아니다. 마음의 고통도 삶을 힘겹게 하는 요인이다.


"당신의 마음 건강은 괜찮으십니까." 누군가 이렇게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할지 궁금하다. 즐거운 소식을 찾기 어려운 사회현실에서 긍정적인 답변을 할 이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유민 아빠' 김영오(47)씨 단식을 둘러싸고 벌어진 풍경은 '상식의 사회'와 거리가 먼 현실을 드러냈다. 김씨는 4월16일 세월호에서 사랑하는 딸을 잃었다. 김씨는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찾겠다며 목숨을 건 단식을 선택했다. 무려 46일 동안 이어졌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도 고집을 꺾지 않았지만 결국 단식을 중단했다. 노모와 둘째 딸의 간곡한 호소에 마음을 돌렸다. 단식을 중단했으니 김씨의 몸은 서서히 회복할지 모르지만, 마음의 상처는 오히려 깊어졌다. 자식을 잃은 참담한 슬픔에 더해 그는 조롱의 대상이 돼야 했다.

김씨의 사생활은 적나라하게 공개됐고, 악의적인 루머가 쏟아졌다. 김씨는 제기된 의혹을 일일이 해명했지만, 그는 이미 술자리 안줏거리가 돼 버렸다. 세월호 참사로 딸을 잃은 아빠의 처절한 단식은 이념전쟁 최전선에 선 행동대장의 모습으로 그려졌다.


심지어 어느 청년단체는 단식에 맞서 '삼각김밥' 폭식투쟁을 하겠다고 밝혀 공분을 샀다. 폭식투쟁을 실천에 옮기지는 않았지만, 진영논리 과잉의 불편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였다.


세월호 특별법의 내용과 수위에 대한 인식은 서로 다를 수 있다. 특별법 제정 촉구 단식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견해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본질과 무관한 '유민 아빠' 신상정보 털기에 열을 올리는 행위는 황당하고 낯부끄러운 모습 아닌가.


세월호 참사는 전 국민의 슬픔으로 다가왔던 사안이다. 세월호에서 가족을 잃은 상처가 어디 이념에 따라 갈라질 사안이겠는가. 함께 아파했던 여론의 공감대를 토대로 '안전한 대한민국'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진영논리'를 자극하는 방해꾼이 등장했다. 사람들의 편을 가르고 여론이 하나로 모이지 않도록 훼방을 놓았다.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여론을 분산시키는 프레임 전환의 의도가 담겨 있다. 진영논리를 자극할수록 여론은 진보와 보수의 50대 50으로 갈라진다. 불리한 여론상황도 대등한 관계로 전환할 수 있다.


하지만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공론의 장에서 합리적인 대화와 토론을 할 수 있는 사회의 토양을 황폐화한다. 그것만이 아니다. 타협을 외면하는 극한 대치가 계속되면 결국 '리더십 부재'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진영논리를 자극하는 측도 달가워 할 상황은 아니다.


진영논리 과잉은 상식적인 판단이 설 자리를 잃게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회에 냉소와 체념의 기운이 넘쳐날 때 희망이 피어날 수 있겠는가. 한국을 방문했던 프란치시코 교황은 힘없고 소외된 이들, 억울한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유민 아빠'를 만나 그의 얘기를 경청했다.


이처럼 교황은 권위와 형식의 무거움을 벗어 던지고 사회의 낮은 곳을 향해 눈을 맞췄다. 진영논리의 굴레를 벗어나 상식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 교황은 한국사회에 짙게 드리워진 냉소를 걷어내고 희망을 전파했다. 진영논리의 늪에 빠진 한국사회가 주목해야 할 교훈 아닐까.






류정민 차장 jmryu@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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