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정부가 주식거래 가격제한폭을 '±15%'에서 '±30%'로 두 배 늘린다는 방침을 내놓자 증권가가 벌집을 쑤신 듯 술렁거리고 있다.
논란을 정리해보면 정책 의도대로 거래대금이 증가하지도 않을 뿐더러 투자 안정성만 훼손돼 시장이 더 혼탁해질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개인투자자가 더 깊은 '손실의 늪'에 빠질 확률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일자 금융당국이 절충안 모색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반면 주식 위탁수수료 수익 급감으로 경영난에 허덕이는 증권사들은 조속한 도입을 외치고 있다. 올해가 경영 임계점에 도달한 증권사들로서는 시장 활성화를 위한 '한줄기 빚'일 수 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장 영향에 대해 이런저런 언급을 하는 것 자체로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심리도 확산되는 모습이다. 가격제한폭 확대 기조에 긍정적 또는 중립적인 시선을 보내는 게 조심스럽다는 애널리스트들이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최근 KDB대우증권이 과거 가격제한폭 확대 사례에 비춰 시장 변동성에 대한 우려가 기우에 지나치다는 점을 부각시킨 점은 주목할 만한다.
KDB대우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과거 네 차례 가격제한폭이 확대됐던 시기에 코스피지수 변동폭이 늘어난 것은 절반이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가격제한폭이 6%에서 15%로 늘어났을 당시 일일 지수 변동폭은 1.2%에서 3.3%까지 늘어났지만, ±15%로 확대됐던 1999년과 2000년 변동 폭은 1998년과 비슷한 수준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수급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세력들의 활약상이 변동폭 확대와 비례하지 않았던 셈이다. 다만 거래대금은 부쩍 늘어 시장활성화에는 도움을 줬다.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1998년 2억8400만주에서 1999년 6억9000만주, 2000년 7억3700만주로 급격히 늘었다.
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어찌됐든 가격변동폭 확대가 시장 건전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증권사 모 애널리스트는 "가격제한폭을 상하 폭 60%까지 늘리면 상한가 따라잡기 식의 작전은 쉽사리 감행될 수 없을 것으로 본다"며 "작전에 소요되는 비용이 그만큼 많이 들어갈 뿐만 아니라 잘못된 판단으로 더 많은 손실에 노출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고 짚었다.
일각에서는 주가 조종을 없애기 위해 아예 주식제한폭을 없애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주장도 펴고 있다.
개인이 빚을 내서 주식을 사는 신용공여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증권사들이 주가의 70%선에서 자금을 빌려주는데 하한 폭이 30%로 늘어나면 단 한번의 하한가로도 돈을 되돌려받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어차피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자들의 마인드다. 단기에 엄청난 수익을 바라는 심리가 도처에 깔려있다면 가격제한폭을 좁힌다한들 시장이 건전해지는 것도 아닐 것이다. 투기 심리를 의식해 자본시장 발전방안 도입을 고민하는 것이 적절한 지 생각해볼 시기다.
조태진 기자 tj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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