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북한 대남기구인 노동당 통일전선부장겸 대남담당 비서인 김양건이 17일 김대중 대통령 서거 5주년 기념 김정은 국방제1위원회 위원장의 조화와 조전문을 전달하면서 "군사훈련도 왜 하필이면 2차 (고위급) 접촉을 제안하면서 하려 하는가"라고 불만을 터뜨리면서 우리 정부가 19일로 제안한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은 성사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는 북한이 고위급 회담 자체를 부정으로 보기보다는 시기의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보고 접촉 성사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8일 "우리 측이 내일 고위급 접촉을 하자고 제안한 만큼 북측은 오늘 중 접촉수락여부를 통지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한미 군사훈련이 끝난 9월초 접촉을 갖자고 수정 제의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부장은 17일 개성에서 김대중 대통령 서거 5주기를 기념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명의의 조화와 조전문을 전달하면서 "정세를 악화시키면서 어떻게 풀자고 하느냐"면서 "(선핵포기 등) 전제조건 없이 실천할 수 있는 지도자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부장의 이 같은 불만 표시는 우리 정부의 고위급 접촉 제안에 답하기 이전에 우리 측의 의도를 타진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고위 관계자는 "김 부장은 북한이 갖고 있던 불만을 제기했다"면서 "고위급 접촉 자체에 대해서는 전제조건을 달지 않았고 시기를 문제 삼았을 뿐"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앞서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17일 "북한이 이제라도 고위급 접촉 개최에 동의해온다고 하더라도 사전 준비에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19일 2차 고위급 접촉 개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정부는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을 19일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열자고 지난 11일 제의했지만 북측은 이날도 공식 대답을 주지 않았다.
북한은 또 과거 한미 연합군사훈련 기간에는 남측과 대화 테이블에 앉지 않았던 만큼 이번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에 반발해 훈련이 끝나는 29일까지는 2차 고위급 접촉을 언급하지 않을 것으로 정부는 관측하고 있다.
북한은 이날 인민군 총참모부 성명을 통해 UFG를 '북침전쟁 연습'이라고 비난하면서 "선제타격이 임의의 시각에 무자비하게 개시된다는 것을 천명한다"고 위협하는 등 남북 간 접촉 여건은 극히 나빠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2차 고위급 접촉을 제의하면서 북측이 '편리한 날짜'를 선택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했고 북측이 한미 군사훈련을 꺼리는 만큼 9월초에 2차 고위급 접촉을 갖자고 제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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