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우크라이나, 가자, 이라크까지. 올해 들어 각종 지정학적 불안 요소들이 연거푸 등장하며 몸집을 키우는 사이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서 발을 빼는 대신 현금을 선호하고 있다는 추세가 확인됐다.
12일(현지시간) 미국의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가 이달 초 6750억달러(694조원)의 자산을 운용중인 224명의 펀드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은 전체 투자자금의 5.1%를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었다. 이는 지난 2012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비중이다. 한 달 전 같은 조사에서 현금 보유비중은 4.5%에 그쳤었다.
주식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의견은 44%로 전달의 61%에서 17%포인트나 감소했다. 향후 12주 사이에 예상되는 주식시장 하락에 대비 해 헤지를 하겠다는 이들의 비중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었다는 게 이 은행의 분석이다.
펀드 매니저들은 각종 지정학적 문제와 함께 포르투갈 최대 은행의 부실 문제와 이탈리아의 경제 침체 등 금융시장 불안요인이 커지고 있는데 주목하고 있다. 최근 일부 조정에도 불구하고 미 주식시장이 여전히 고평가 돼있다는 주장과 맞물리면서 주식투자에 대한 경계심이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마이클 하넷 BOA메릴린치 수석 투자전략가는 "주식 시장 호황이 끝났거나 최소한 정지됐다고 봐야한다. 투자자들은 지정학적 불안과 금리 인상의 가능성에서 벗어날 도피처를 찾고 있다. 그게 바로 현금이다"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현금 보유 선호 비중은 지난달만해도 12%에 그쳤지만 이달에는 28%까지 치솟았다.
주식 투자 대상 지역과 환에 대한 평가도 변화하는 모습이다.
이번 조사에서 유럽 증시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의견은 13%에 그쳤다. 지난달 투자 확대 응답 35%와 비교하면 투자심리가 사실상 무너진 것과 다름없다. 강세를 이어왔던 유로화에 대한 전망도 부정적이었다.
반대로 달러에 대한 투자 선호도는 급상승 추세다. 위기에는 현금, 특히 달러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판단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조사 응답자 중 84%는 달러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61%는 달러가 저평가됐다고 판단했다.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 속에서도 안전자산인 달러의 인기가 치솟았던 기억이 되살아나는 상황이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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