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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일 주교 "황제 이미지 '교황'보단 '교종'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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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프란치스코 교종과 함께 평화를 나눕시다"


교황의 한국 방문 이틀을 앞둔 12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강우일 주교는 담화문을 발표하는 내내 '교황'을 '교종'이라 불렀다. 담화문 안에는 '교종의 방한 일정'과 '번민에 휩싸인 한국사회에 교종이 던질 메시지에 대한 기대감',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염원을 받아들인 세월호 특별법 통과 요청'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이자 제주교구 교구장인 강 주교는 이번 교황방한준비위원회의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강 주교가 '교황(敎皇)' 대신 '교종(敎宗)'이란 호칭을 고집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황제'라는 인상이 강한 교황보단, 교회의 수장을 뜻하는 교종이 현재 가톨릭교회의 이미지와 어울린다는 것이었다. 또한 '교황'이란 단어가 나타난 배경에는 400여년 전 가톨릭이 동양에 도입될 시기 정세적인 요인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현재 우리나라 천주교의 공식용어에는 '교황'과 '교종' 둘 다 쓸 수 있게 돼 있다. 모두 영어로 표현하면 '포프'(the Pope)'로 가톨릭교의 최고위 성직자, 모든 가톨릭교회의 수장인 로마 대주교를 뜻한다.


강 주교는 "'교황'의 '황'은 제국의 이미지를 나타낸다. 가톨릭이 아시아권에 도입될 시기, 로마교황청은 유럽대륙에서 제국의 정치권력과 같은 위상을 실제로 갖고 있었다"며 "가톨릭교회가 아시아로 전파되면서 동양에선 '교황'이 황제급의 정치적인 직위로 받아들여져 사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21세기 가톨릭교회는 그런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제2차바티칸공의회(1962∼1965년)'라는 쇄신을 딛고 교회관이 엄청나게 바뀌게 됐다"며 "오랫동안 '교황'이란 단어를 써와서 자동적으로 말이 나오긴 하지만 일부러 신자들에게 황제 이미지를 떼어 버리려고 고집스럽게 '교종'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 시대 교종(교황)의 위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강우일 주교는 "가톨릭 신자들을 하나로 묶고 총체적 가르침을 펼 수 있는 정신적·도덕적 권위를 가지고 계신 분"이라고 대답했다. 강 주교에 따르면 '교종(교황)'은 첫 번째 의미로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다. 가톨릭 교회사에서 예수가 교회를 세우고 사도들 중 으뜸인 베드로에게 공동체를 의탁한 초대교회 시기, 베드로는 바로 교회의 구심점이었다. 또한 가톨릭에서는 지역교회 하나하나가 최고의 공식조직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교회들을 모두 아울러 전세계 가톨릭 교회를 '보편교회'라 하고, 이를 묶는 일체의 구심점이 바로 '교종'이라는 설명이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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