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아시아 주정현 자문위원]
‘대학입시는 결국 내신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성공한다.’는 말을 신주단지 모시듯 하는 수험생과 학부모가 많다. 틀린 말은 아니다. ‘서울 상위권 대학’(이 용어는 교육적으로 적합하지 않지만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므로 그렇게 부르기로 함)에 합격하는 많은 학생들의 교과성적 평균이 1등급 대 초중반을 유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하는 듯하다. 그러나, 그것은 합격생들이 가진 여러 특성들 중 하나일 뿐 반드시 합격을 보장하는 요소는 아니다.
학생부 종합전형(과거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학교 교과성적 그 자체는 입학자격이지 합격의 충분조건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대학에서 천편일률적으로 학생의 내신성적 점수에 합격점을 고정시켜 놓고 있지 않다는 것이 대부분의 대학이 입학설명회에서 밝힌 입장인 점만 봐도 그러하다.(학생부 종합전형에 해당하는 전형은 지균, 기균, 일반전형[이상 서울대] 학교장추천, 융합인재[이상 고려대], 학교생활충실자, 특기자[이상 연세대], 학생부종합, 알바트로스[이상 서강대], 카이스트, 포스텍 등이며 그 외에도 대부분 상위권 대학에서 학생부 교과전형에 비해 월등히 많은 인원을 모집하고 있다. 대교협/ 2015입시자료 참조) 학생 본인이 ‘학교성적이야말로 대학입학의 결정적인 요소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성적 그 자체를 더 중시하는 전형을 고려하면 될 일이다.
그러면 이 전형에서 합격을 위한 가장 결정적이고 보편적인 요소는 무엇일까?
전공에 대한 깊고 폭넓은 지식일까? 흔히 말하는 대단한 ‘스펙’일까? 입학사정관을 눈을 사로잡는 멋진 자기소개서일까? 혹은 세련되고 현란한 말솜씨일까? 우리나라 대학의 입학사정관은 결코 이 따위의 포장에 눈이 멀어 잘못된 선택을 할 사람들이 아니다!(아주 드물게 전공에 대한 깊고 폭넓은 지식을 가진 학생이 있을 순 있겠지만!)
그것은 바로, 잠재력(발전 가능성)이다! 그 흔한 ‘스펙’이 별로 없이도 대단한 활동과 화려한 경력이 없이도 세련된 문장과 능란한 말솜씨가 없이도 어떤 대학, 웬만한 학과에는 합격할 수가 있다. 그리고 그렇게 될 수 있어야 정상적인 대학입시다. 적어도 그 대학이 기대하는 잠재력을 보여주기만 한다면 합격의 기대는 유효하다! 너무 추상적인가? 그렇다면 이 ‘잠재력’이라는 단어를 ‘지적탐구심(호기심)’으로 바꾸어 보라!
온갖 지식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 찬 학생을 만난 스승이라면 누구나 가슴이 뛸 것이다. 그리고 그가 큰 재목감인지 확인하고 싶어질 것이고 또 그를 그런 재목으로 키우고 싶어질 것이다. 이것이 합격을 가르는 결정적인 요소가 되는 건 당연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지적 탐구심은 어떻게 표출되는가? 고등학생에게 기대할 수 있는 정도의 것이면 된다. 그것은 ‘주어진 지식’과 ‘주도해 온 지식’에 대한 호기심으로 구분해서 생각해 볼 수 있다. 먼저 ‘주어진 지식’은 정규 교과과정에 대한 지식이다. 즉 12년간의 학교 공부인 셈이다.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한국 모든 학생들에게 보편적이고 일률적으로 주어진 지식이 바로 그것인데, 이는 내신성적과 수능성적으로 쉽게 확인이 될 것이다.(그런데,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수능성적은 최저학력기준만 적용되므로 여기서는 수능성적을 잠시 보류해도 좋겠다.)
‘주어진 지식’에 대한 공부만으로 학생의 지적 호기심을 체크하는 것은 온전해 보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문제집과 참고서만 갖고 의무감으로 숙제처럼 공부를 하는 학생이 많기 때문이다. 지식을 탐구하는 일은 굳이 공자의 말(‘학이시습지불역열호’ /논어 ‘학이’편)을 빌지 않더라도 ‘자발적’이어야 한다. 그래야 그것에 깊이 빠져들 수 있고 즐거움에 이르게 되며 또한 성과가 높은 법이다.
그러니까 결국 ‘주도해 온 지식’(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계획하고 실행한 지식탐구과정)의 질과 양이 당락을 가르는 결정적인 요소가 되는 것은 타당한 일이고 또 장려할 일이다.
대부분의 지식은 두 가지 통로를 통해서 획득된다. 그 중 하나가 ‘독서’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이다. 독서를 통한 지식(정보)을 간접경험이라고 하고, 사람(자기를 포함하여)을 통한 지식을 직접경험이라고 한다. 그래서 지식획득과정 즉, 이런 다양한 경험을 흔히 ‘활동’이라고 이름하는 것이다. 교과활동, 창의적 체험활동(자율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 독서활동… 이런 활동들이 학교생활기록부의 핵심이고, 결국 그것이 학생의 잠재력의 전모이다.
그 중에서 교과활동과 함께 간접경험에 해당하는 독서활동의 중요성은 그것이 단지 몇 권을 읽었느냐가 아니라, 독서로 얻은 결과물의 크기를 비교적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점인데, 그것 때문에 다른 활동에 비해 평가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이다. 한편, 평가의 객관성 측면에서 보자면 교과활동이 으뜸인데, 점수 그 자체로는 자기주도성을 평가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직접경험에 해당하는 ‘창의적 체험활동’은 몇몇 경우를 제외하면 절대적으로 학생의 자율적인 의사에 의해 진행된다. 특히 ‘지적탐구심(호기심)’을 표출하는데 더없이 좋은 학술관련 동아리활동은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매우 중요하게 평가받을 만하다. 겉치레가 아닌 진지하고 끈질긴 탐구자세를 보여줄 수 있을 때, 그리고 이것이 독서활동과 연관이 될 때 더욱 빛을 발할 수 있고, 나아가서 교과성적의 변화를 유도한 것이라면 금상첨화다.
이제 마무리를 해보자. 교과 내신성적이냐, 광폭 지적탐험이냐는 이분법적 논쟁이 아니라 ‘주어진 지식’을 바탕으로 ‘주도해 온 지식’의 깊이와 폭을 더해 온 학생이야말로 상아탑에서 주목하는 인재라는 것이 명백해졌다. 그러므로, 어느 한쪽에만 치우치는 우를 범하지 말고, 진지하게 그리고 적극적으로 학생부종합 전형을 준비하길 바란다.
아발론 전주 주정현 대표 crazyfish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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