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개 계좌 폐쇄 7개 수탁거부...숫자 줄고 있지만 방법 지능화되고 있어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인천에 사는 김수현씨(가명·43세)는 선물 대여 계좌에 100만원을 입금해 지난 2월부터 사설 HTS와 대여계좌로 거래를 시작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HTS 프로그램이 다운되고 호가정보가 제공되지 않아 매매 기회를 놓쳤다. 김 씨는 계좌대여업체의 메신저를 통해 항의했으나 손실방지를 위해 반대매매를 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김 씨는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강원도에 거주하는 이명진씨(가명·29세)는 포털사이트에서 사업자 등록이 된 정식업체라고 홍보하는 선물대여계좌업체에 가입했다. 하지만 대여업체의 사설 HTS가 수급을 엉터리로 조작하고 반대매매를 해 엄청난 손해를 봤다. 이 씨는 피해금액을 돌려줄 것을 요청했으나, 연락은 두절됐고 HTS 로그인도 차단됐다.
불법 선물대여계좌로 인한 투자자 피해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가 올 상반기 회원사의 매매 정보와 입출금 내역을 분석한 결과 불법선물대여계좌 69개를 찾아냈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이 중 62개 계좌를 폐쇄하고 7개 계좌를 수탁거부 조치했다. 수탁거부는 계좌는 존속하는 가운데 주문을 낼 수 없도록 하는 조치다.
불법 선물대여계좌는 2012년부터 현재까지 총 591개가 적발됐다. 거래소는 이 중 537개를 폐쇄, 54개는 수탁거부했다. 2012년 1분기 197개에 달했던 불법 선물대여계좌는 2분기 86개, 3분기 45개, 4분기 64개로 줄었고, 지난해 상반기에는 43개 하반기에는 87개로 나타났다. 이들은 투자자들의 투자원금을 편취하거나, 반대매매를 하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챙겨온 것으로 나타났다.
조영철 시장감시위원회 감리부 팀장은 "불법계좌 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예전에 비해 방법이 지능화되고 있어 지속적으로 집중적인 감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적발된 대여계좌 개설 위탁자가 폐쇄 후 다른 회원사로 옮겨가는 것을 막기 위해 '대여계좌 위탁자 정보공유 시스템'도 지난해 말부터 운영해오고 있다. 이 시스템은 증권사들끼리 불법대여계좌를 보유했던 위탁자 정보를 공유해, 이들이 다른 증권사로 옮겨가 또다른 불법 행위를 하는 것을 차단하도록 한 시스템이다.
한편 투자자는 불법 계좌대여업체로 의심되는 경우 시장감시위원회 불공정거래신고센터(http://stockwatch.krx.co.kr, 1577-0088)를 통해 제보할 수 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