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진출한 카카오…영토확장에 악수와 견제 보내는 금융사
뱅크월렛 카카오 내달부터 서비스…15개 은행 참여
9월 선보일 간편결제 '카카오페이'도 9개 카드사 참여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조은임 기자, 이장현 기자] 최근 은행과 카드 등 금융권에서는 카카오의 금융영역 진출이 어디까지 계속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각 금융사는 카카오의 행보에 보조를 맞추면서도 이에 맞서기 위한 태세를 정비하는 '양동작전'을 펼치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가 빠르면 다음 달부터 서비스를 시작할 '뱅크월렛 카카오(이하 뱅카)'는 업계의 주목을 끌며 이미 초반 흥행에 성공했다. 카카오톡ID를 통해 돈을 주고받을 수 있는 서비스로 15개 시중은행이 참여하기로 결정됐다.
뱅카는 카카오톡에 가상 지갑을 만들어 한 번에 최대 50만원까지 충전해서 하루 10만원까지 주고받을 수 있도록 했다. 스마트폰에 해당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한 뒤 자신의 실제 은행계좌 1개를 등록, 은행계좌에 있는 현금을 카카오톡 가상계좌로 이체(충전)하는 방식이다. 스마트폰 앱에는 거래 은행 현금카드 기능도 넣어 은행 자동화기기에서 현금을 인출하고 잔액 조회도 할 수 있다.
뱅카는 국내 도입과 함께 해외 진출도 추진 중이다. 정대성 금융결제원 전자금융부 모바일업무팀 실장은 "카카오톡 전자지갑을 해외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방안을 구상 중"이라며 "해외 직접구매 같은 변화된 소비 패턴에 맞춰 새로운 결제 창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카카오가 올해 9월 중 선보일 간편결제 서비스 '카카오페이(가칭)'도 9개 카드사의 협력을 이끌어 초반 기세를 잡았다. 카카오는 카톡 내 '선물하기'에서부터 카카오페이 서비스를 시작해 시장영역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시중은행과 카드사가 이처럼 카카오의 등장에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는 국내 3700만명이 사용하는 카카오와의 시너지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금결원이 카카오와의 협업을 추진한 이유도 지난해 3월 시중은행들과 연계해 내놓은 월렛 서비스인 '뱅크월렛'의 흥행이 미진했던 탓이다. 이 외에 각 금융사도 2010년 이후 자체 전자지갑·앱카드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내놓았지만 인프라 부족과 소비자의 외면으로 기대만큼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이 때문에 금융사들은 뱅카의 등장으로 일단은 월렛시장 규모가 커지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시중은행 정보기술(IT) 담당자는 "다른 은행들이 다 참여하는데 우리만 하지 않으면 고객들이 불편을 겪게 될 것"이라며 "대규모의 사용자를 확보한 카카오에서 전자지갑 서비스를 시작하면 시장 자체가 커져 결과적으로는 은행들에게도 유리할 것이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카드사 관계자도 "금융사 각각의 서비스 외에 소비자에게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하나 더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카카오의 금융업 진출을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사가 공동으로 카카오의 전자지갑·간편결제 서비스에 참여한 동기는 미국의 페이팔, 중국의 알리페이 등 해외 업체에 시장을 빼앗겨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과 독자 서비스를 구축하는 데 드는 막대한 비용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나 카카오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높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업에서 좀처럼 수익을 내지 못한 카카오가 타업권까지 넘본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본업인 SNS와 웹 기반 사업에서 재미를 못 본 카카오가 새로운 수익원을 찾기 위해 욕심을 부리는 모습이 보인다"며 "금융사가 무턱대고 이를 반길 게 아니라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견제할 것은 견제에 나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금융사 중 일부는 카카오와 거리를 두고 자체 서비스 강화에 나섰다. 주요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뱅카에 참여하지 않기로 한 하나은행은 지난 5월 편의점 GS25와 가맹 계약을 맺는 등 자체 전자지갑 서비스인 '하나N월렛'의 고객 편의성 확대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하나N월렛은 하나은행 고객이 아니어도 사용이 가능하다는 큰 장점이 있다"며 "가맹점을 더 늘리고 고객 홍보에 더욱 신경을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카드사 중 유일하게 카카오페이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한 롯데카드도 자체 앱카드 업그레이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롯데카드 앱카드는 본인인증 등 제한된 서비스만 제공하고 있는데 카카오까지 간편결제 시장에 들어오게 되면서 결제 서비스를 빠른 시일 내 개발해 추가할 계획이다.
카카오의 금융업 진출이 본격화되면 카카오와 기존 금융사의 서비스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온·오프라인에서 프랜차이즈·할인마트 등 대형 가맹점을 얼마나 확보하는지가 관건이라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무리 3700만명의 회원을 가진 카카오라도 가맹점 확보에 실패한다면 속 빈 강정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카카오는 택시와 카카오의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카카오 택시' 사업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앱을 통해 택시를 부르는 것은 물론 결제까지 가능한 서비스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이장현 기자 insid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