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13년 만에 두 번째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진 아르헨티나. 위기 탈출 방법은 없는 걸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르헨티나가 미국계 헤지펀드와 막판 채무조정 협상에 실패해 디폴트 상태에 빠지긴 했지만 민간 은행들이 아르헨티나의 디폴트 채권을 매입할 가능성이 열려 있어 위기 탈출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고 1일 분석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일단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사법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해 미국계 헤지펀드와의 갈등을 해결할 방침이다. 정부 협상단은 전날 뉴욕에서 채권단과 협상이 결렬된 뒤 본국으로 복귀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이와 동시에 채무조정에 합의한 채권자들이 이자를 지급받을 수 있도록 예치금을 계속 유지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 아르헨티나는 미 헤지펀드의 방해 때문에 채무조정에 합의한 채권단에조차도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미 뱅크오브뉴욕멜론(BNY멜론)에 이자금 지급 명목으로 5억3900만달러를 예치해둔 상태다.
아르헨티나는 또 투자자들이 디폴트 채권을 매입할 수 있도록 힘쓸 예정이다. 악셀 키실로프 아르헨티나 재무장관도 기자회견에서 민간 은행들을 통해 이번 디폴트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JP모건체이스가 미 헤지펀드들로부터 아르헨티나의 디폴트 채권을 매입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또 시티그룹, HSBC 등도 디폴트 채권 매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자들도 아르헨티나가 디폴트에 빠지긴 했어도 민간 은행이 디폴트 채권을 매입해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국채 매도를 주저하고 있다. 은행과 채권단의 합의가 아르헨티나 문제를 해결할 최선의 방법이라는 기대다.
시오반 모던 제프리스LLC 스트래티지스트는 "민간 은행들이 해결사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채권 가격을 지탱하고 있다"면서 "모두가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 관망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아르헨티나가 디폴트 상황을 잘 극복할 것이라 믿고 아르헨티나 우량 기업 주식을 저가에 매수하고 있다. 미국의 억만장자 투자자 조지 소로스를 비롯해 DE쇼우, 서드포인트, 르네상스테크놀로지스 등 대형 헤지펀드들은 최근 미국 증시에 상장된 아르헨티나 우량 기업들의 주식을 잇따라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아르헨티나가 디폴트 상태에 빠지면서 아르헨티나 주식과 채권 가격이 하락했다. 아르헨티나 주식시장의 벤치마크인 메르발(Merval)지수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8.39% 급락했다. 2033년 만기 국채 가격은 96센트에서 90센트로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시장도 타격을 받았다. 뉴욕 다우지수가 317.06포인트(1.88%) 하락한 1만6563.30에 거래를 마쳤고, 나스닥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모두 2%대 낙폭을 나타냈다. 유럽 주식시장도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주요국이 일제히 하락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