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최근 만난 한 자산운용사 사장은 기자에게 참아왔던 울분을 토했다. 이달 중순 금융감독원이 자산운용사와 펀드판매 현장점검에 대한 결과를 내놓으면서 운용업계는 '범죄집단'으로 낙인찍혔다는 것이다. 펀드 판매사로부터 문의전화가 빗발쳤고 이에 대응하면서 정신없는 한주를 보내고 있다고도 했다.
이 사장이 울분을 토한 이유는 감독당국의 철퇴가 무서워서가 아니다. 7개 운용사를 대상으로 현장점검을 실시한 결과를 마치 전체 운용업계의 실상인 것처럼 부풀린 감독당국의 태도 때문이다.
금감원은 지난 15일 긴급브리핑을 통해 운용업계 전반에 관행적으로 위법행위가 만연해있다고 강조했다. 막대한 고객자산을 운용하는 업계가 고객이익보다 사적이익을 도모하는 탈법행위를 일삼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이례적으로 직접 브리핑에 나선 금감원 최고위 간부는 '조직적 위법사례', '임직원 탈법행위' 등 비판 수위를 높였다. 발표 직후 '고객 신뢰'를 먹고 사는 운용업계 이미지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현장에서 묵묵히 제 일을 하고 있는 운용업계 종사자들의 어깨엔 힘이 빠졌다.
운용업계는 이번 감독당국 발표에 석연찮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최종 결과를 통보받고 관련 직원들을 징계하기도 전에 긴급 브리핑부터 열었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기적으로도 2기 내각 출범후 후속인사가 예정된 시점이었다. 신용카드 고객정보 유출·동양사태 등으로 끊임없이 수장교체설에 시달려 온 금감원이 생색내기용 결과물이 다급했다는 설이 나오는 이유다.
운용업계는 "잘못이 있다면 응당받아야 한다"고 했지만 내심 속상한 눈치가 역력하다. 하소연할 창구가 없다는 것도 서럽다는 반응이다. 또다른 자산운용사 사장은 "금융투자협회를 통해 운용업계 CEO들의 의견을 수렴해 금감원에 전달하려 했으나 이마저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협회가 규모가 큰 증권사 위주로 움직이다 보니 운용사 목소리는 소외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다.
고객이 자산을 믿고 맡길 수 있도록 자산운용업계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는 것은 금감원의 의무다. 다만 이 의무가 자리보전을 위한 생색내기용으로 전락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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