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기자수첩] 檢, ‘유병언 유령’을 쫓았다는 말인가

시계아이콘00분 49초 소요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오늘이 만우절인가." "소설도 이런 소설이 없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이 변사체로 발견됐다는 뉴스에 달린 '최다 추천' 댓글들이다. 수사당국 발표를 믿지 못한다는 얘기다. 얼마나 황당한 상황이면 '만우절'을 의심하겠는가. 하지만 경찰은 나름의 근거를 제시했다. 유병언 오른쪽 지문 확인 결과 변사체는 유병언이 맞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70세가 넘은 노인이 삼엄한 경비망을 뚫고 홀로 도피하다가 반백골로 발견됐다는 얘기는 추리소설에나 나올 법한 얘기다. 설령 경찰 발표가 사실이라고 해도 더 코미디 같은 얘기를 믿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경찰이 유병언 추정 변사체를 발견한 시점은 6월12일이다.


이날 검찰과 경찰,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대검찰청에 모여 유병언 검거대책을 논의했다. 다음날인 6월13일 전국에서 임시반상회가 열렸다. 오른쪽 세 번째 손가락 끝이 휘어진 유병언 신체적 특징을 공유하며 주민들의 신고를 당부하는 자리였다.

수배자를 검거하기 위해 반상회까지 연 것도 사실상 사상초유의 일이지만 이미 숨져 반백골이 된 자를 버젓이 살아 있는 존재로 판단해 신고하라니 얼마나 기막힌 상황인가. 어디 이뿐인가. 5월27일부터 7월3일까지 투입된 경찰은 누적인원으로 128만명이 넘는다. 검찰 수사관 100여명, 경찰관 2500명이 상시적으로 유병언 검거작전에 투입됐다.


그들은 정말로 '진지하게' 유병언을 찾아 나섰다. 검찰은 심지어 유병언 사전구속영장을 다시 발부받고 야심찬 검거 의지를 피력했다. 검찰 관계자는 "유병언 꼬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노력하면 곧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도대체 누구를 쫓고 있었다는 것인가.


'유병언 유령'을 쫓겠다고 눈에 불을 켜고 거리를 찾아 헤매는 기막힌 상황, 영화가 아니라 현실이라니 얼마나 참담한 일인가.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