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하도급을 둘러싼 공정한 거래질서를 침해한 사건도 공정거래위원회 고발이 없다면 처벌하지 못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조희대)는 구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기소된 한모(49)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18일 밝혔다.
임대아파트 조경 및 시설물설치공사 현장 책임자인 한씨는 건설업체 대표 김모씨와 공모해 현저히 낮은 금액으로 식재공사 관련 하도급 대금을 결정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재료비, 노무비, 경비 등 직접공사비는 5억 5500여만원이지만, 하도급대금은 4억 6500여만원으로 결정했다. 구 '하도급거래공정화에 관한 법률'은 직접공사비 합계액보다 낮은 금액으로 하도급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1심과 2심은 혐의를 인정해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판단이 달랐다. 대법원은 "이 사건 공소사실은 공정거래위 고발이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면서 "고발이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범죄에서 고발은 적극적 소송요건으로서 직권조사사항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당사자가 항소이유로 주장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원심은 이를 직권으로 조사·판단해야 한다"면서 "원심은 공소제기 적법여부를 판단했어야 하는데도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단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시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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