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이 오는 23일 까지 남미 4개국을 국빈방문하는 가운데 이번 순방의 성격이 이데올로기 보다는 무역 증진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 주석은 이날 브라질리아 대통령궁에서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나노 기술에서 인프라 분야에 이르는 30여 개 협력 협정에 서명했다.
호세프 대통령은 브라질의 철도, 항만, 공항, 도로 등 인프라 사업에 중국 기업의 참여 기회를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뜻을 시 주석에게 전달했다. 중국은 브라질 엠브라에르(Embraer)가 제작한 항공기 60대를 수입하고 브라질산 쇠고기에 대한 수입규제 조치를 해제하기로 약속했다.
시 주석은 브라질에 이어 18~20일 주요 농산물 수출국인 아르헨티나, 20~21일 베네수엘라, 21~23일 쿠바를 방문해 무역·투자·농업·광산·인프라 건설 등 분야에서 협력을 논의할 계획이다.
시 주석의 남미 방문은 언제나 미국을 초조하게 했다. 남미가 미국의 '앞마당'으로 간주되는 만큼 중국의 남미 지역 영향력 확대는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짙게 깔려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지난해 6월 시 주석이 멕시코, 코스타리카를 방문했을 당시 이들 국가가 미국의 동맹국이라는 이유로 중국이 미국 앞마당을 장악하려 한다는 미국의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시 주석의 이번 남미 순방 대상은 베네수엘라·쿠바 같이 미국과 껄끄러운 관계에 있거나 브라질·아르헨티나 처럼 미온적 관계에 있는 국가들이지만 역시 미국 내부에서는 중국이 미국과 사상적 적대관계에 있는 국가들과 손잡고 일을 벌이려 한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해 FT는 중국의 이번 남미 순방이 이데올로기와는 무관하며 자원이 풍부한 남미 국가들과 무역 관계를 증진함으로써 경제적 이익을 취하려 하는 의도가 가장 앞서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과 남미 국가들의 교역 규모는 10년 전만 해도 미미했지만 2010년 기준 2000억달러 수준으로 급증했다. 이를테면 중국은 2009년부터 미국을 제치고 브라질의 최대 경제 협력 상대국으로 떠올랐으며 베네수엘라의 경우 중국 원유수입의 6% 비중을 차지할 만큼 중국과의 관계가 깊어졌다.
미국의 남미 전문 싱크탱크 미주간대화(IAD)의 마가렛 메이어스 이사는 "중국은 남미 국가들과 (경제 관련) 거래를 성사시키려 할 뿐"이라면서 "쿠바를 제외하고 중국과 남미 국가들과의 관계에 이데올로기는 중요시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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