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6일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우선 소득대비 가계부채 수준을 완만히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가계 빚을 늘릴 수 있는 최경환 경제팀의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 방침 속에 나온 발언인데다 한은의 비관적 경기 전망에 따른 정책 수단과도 배치되는 언급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서울 시내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경 밀레니엄 포럼에 참석해 '대내외 경제환경과 정책과제'를 주제로 강연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소득 대비 가계부채 수준을 완만히 줄여나가는 동시에 취약한 가계부채의 구조 개선에도 유의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소득 증가율을 웃도는 가운데 가계대출 내 비은행 금융기관 비중이 상승하고 있다는 우려도 전했다.
이 총재는 "상위 소득 계층이 가계부채의 70%를 보유하고 있어 전체 가계 부채가 대규모로 부실해질 가능성은 낮지만, 특정 부문 가계부채의 취약성이 개선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그러면서 요사이 가계부채의 현황을 짚었다. 저소득층의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률은 소득 수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연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비중이 40%를 넘는 과다채무가구의 비중은 2012년 8.7%에서 2013년 11.1%로 늘었다.
이 총재는 이외에도 "고령화로 인한 성장잠재력 저하와 각종 불균형"을 우리 경제의 선결 과제로 꼽았다.
그는 "한국 경제의 잠재 성장률이 추세적으로 낮아지면서 고도성장의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청년층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이고 구조 개혁, 기술 혁신 등으로 인구 고령화가 잠재성장률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아울러 수출과 내수의 불균형, 소득 불평등, 대기업과 중소기업 불균형을 언급하면서 "가계와 기업 간 소득 불균형 완화를 위해 노력하고, 서비스업 규제 완화, 신성장 동력산업 육성을 통해 생산성과 임금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단기적으로는 규제를 완화해 기업 투자를 늘릴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은 지난 10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 당시의 브리핑 내용과 같았다. 이 총재는 "3분기 이후 경제성장률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소비 및 투자심리 위축 장기화, 원화가치 변동성 확대 가능성 등 하방 리스크가 다소 우세하다"고 전망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