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강도 높은 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자사고 교장들의 반발이 거세다. 조 교육감은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환하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당근' 전략을 내세웠지만 자사고 교장들은 이를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혀, 조 교육감의 자사고 폐지 공약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오후 조 교육감은 서울의 25개 자사고 교장과 서울시교육청에서 만나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조 교육감은 이 자리에서 '일반고 전성시대' 공약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자사고 폐지 문제와 관련해 각 교장들에 자신의 입장을 전달했다. 조 교육감은 이날 "공교육을 살리기 위해 현재 자사고에 대해 엄정한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만약 자사고가 자발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할 경우 교육청이 할 수 있는 모든 경제적,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19일 자사고 교장들이 모여 "조 교육감이 자사고 폐지를 요구하는 경우 공동으로 대응하고, 가능할 경우 법적 대응하겠다"고 밝힌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사고 교장들은 조 교육감의 이러한 제안을 수용하는 대신 '자사고 폐지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자사고 정책은 국가 정책에 의한 것이었으므로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될 필요가 있다"며 "학생의 학교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은 미래교육발전에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자사고 교장들은 또, 일반고 황폐화의 주범으로 자사고를 낙인찍어선 안된다며, 자사고와 일반고가 상생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조 교육감에 전달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자사고 교장은 "자사고가 일반고에 끼친 긍정적인 영향과 성과를 함께 평가해야지 이런 낙인찍기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된다"면서 "자사고뿐만이 아닌 과고, 외고, 특성화고 등이 일반고에 미친 영향 등을 함께 고려해야한다"고 말했다.
자사고 교장들이 사실상 조 교육감의 제안을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일반고 살리기' 공약의 일환으로 추진중인 조 교육감의 자사고 축소 공약은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조 교육감은 현재 자사고 TF팀을 꾸리고 자사고가 공교육에 미치는 영향 등의 새로운 평가 지표를 추가해 14개 자사고 학교에 대한 재지정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평가는 이르면 8월까지 완료한다는 계획이지만, 자사고 교장들과의 첫 만남에서부터 논의진전이 안돼 향후 평가 과정에서의 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약 한 시간 반가량 진행된 이날 간담회를 마친 후 서울 자사고 협의회장인 김용복 배재고 교장은 "이미 교육부 방침대로 평가가 마무리 됐는데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도 나와있지 않은 항목을 더해 재평가를 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만약 자사고가 지정 취소되면 학생과 학부모, 졸업생 등의 반발을 살 수 있다는 점을 조 교육감이 유념해 줬으면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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