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최근 럭셔리 자동차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이를 경기회복의 신호로 파악해도 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경기회복보다는 자동차 소비의 형태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독일 BMW는 8일(현지시간) 상반기 판매대수가 102만대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년동기 대비 성장률이 6.9%나 된다. 이회사의 상반기 판매가 100만대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BMW측은 상반기 실적을 바탕으로 올해 목표 200만대 이상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에서의 차량 판매가 질주를 계속하며 글로벌 판매 확대를 주도했다는 평가다.
특히 BMW가 인수한 영국 호화 세단 '롤스 로이스'의 판매는 전년동기 대비 33%나 급증했다. 값이 2억7587만원이 넘는 이 고가 차량이 1968대나 팔렸다는 것은 슈퍼리치들이 지갑을 열은 것이라고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유럽지역에서 판매가 60%나 늘었고 아시아와 중동에서도 각각 40%와 30%의 성장세를 보였다. 미국과 중국에서도 두자리수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토스텐 뮐러 위트비스 롤스 로이스 최고경영자는 이번 상반기 실적이 대단히 고무적이라면서 "소비자들이 롤스 로이스에게 여전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롤스로이스와 BMW의 실적을 바탕으로 경기회복의 신호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직 이르다는 게 시사주간 타임의 판단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 럭셔리카 제조사들은 최근 가격대가 비교적 저렴한 차량들로 과거와는 다른 고객들을 공략하고 있다. 아우디의 6월 미국 판매가 23%나 치솟은 것은 A3 차량 때문이었다. 3만달러 짜리 A3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기존에 고가 세단을 타던 이들이 아니라 도요타, 혼다 등의 비슷한 가격대 차량을 타다가 아우디로 갈아탄 것이라는 게 자동차업계의 분석이다. 원래 부자들이 더 좋은 차를 사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고가 세단 고객 확대로 이어지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타임은 현재의 럭셔리카 시장의 새로운 고객들은 나이가 지긋한 부자들이 아니라고 단정했다.
새로운 고객들은 과거 고객들보다 재력이 떨어지는 젊은 층이며 평균 구매가격도 이전보다 낮다. 상반기 럭셔리 차량 판매에서 리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28%로 높아진 것도 이러한 추정을 뒷받침 하고 있다. 정말 부자라면 현찰을 주고 차를 사지 금융서비스를 통해 이자를 내며 차량을 구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타임의 분석이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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