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지난해 반기 사업보고서 검토에 나선 회계사 K씨는 재무제표를 대리 작성해달라는 회사 측의 요구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응할 수밖에 없었다. 클라이언트(고객)의 요구라 거절하기도 난망할 뿐더러, 공인회계사법에서 명시한 '재무제표 대리작성' 금지 조항이 실질적인 힘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와 같은 '재무제표 대리작성' 관행이 전면 차단될 것으로 보인다. 결산 사업보고서 뿐만 아니라 분기, 반기보고서 재무제표의 대리작성이 원천적으로 금지되고 자문을 하는 행위까지 차단되기 때문이다.
13일 회계업계와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7월1일부터 '주식회사의 외감법 시행령'(외감법)이 시작된다. 이번 시행령은 지난해 12월30일 외감법 일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른 후속조치다. 법안의 핵심이 되는 것은 감사인이 회사의 재무제표를 대신 작성하거나 재무제표 작성과 관련해 회계처리 자문에 응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한 것이다. 아울러 재무제표를 감사받기 전에 증권선물위원회에 내도록 했다.
바뀐 규정안에 따라 재무제표가 들어가는 분기와 반기보고서를 포함해 결산 사업보고서의 재무제표 대리 작성 사실이 적발되면 회계법인은 물론이고 기업도 금융위원회의 제재를 받게 된다.
김기한 금융위원회 공정시장과장은 "바뀐 외감법에선 재무제표 자문까지 원천적으로 금지시켰다"면서 "여기서 말하는 재무제표는 '결산'으로 한정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분기와 반기보고서에 들어가는 모든 재무제표는 대리작성이 전면 금지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반기검토시즌을 앞둔 회계업계는 바뀐 외감법 규정안이 재무제표 대리작성 관행을 차단시켜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공인회계사회 관계자는 "지금까지 재무제표 대리작성을 막기 위한 여러가지 방법들이 있었지만, 회계사와 기업간의 갑을·관계 때문에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미치지 못했다"면서 "하지만 법안이 바뀌면서 반기검토시즌을 맞은 회계업계가 이 문제에 대해 더 경각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160조에 따르면 기업들은 분·반기보고서의 제출해야 하고, 이 법 시행령 170조에서 감사인의 분·반기검토보고서 첨부를 의무화 하고 있다. 회계업계도 반기검토시즌을 맞아 개정안에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업계에 공공연하게 만연해 있던 감사인의 재무제표 대리작성을 막기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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