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용민 기자] 채권단의 출자전환 제안을 받아들여달라는 팬택의 호소에도 이동통신 3사는 여전히 입장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안타까운 상황이긴 하지만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 제조사의 단말기 채권에 대해 출자전환할 경우 주주 설득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10일 이준우 팬택 대표는 상암동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팬택의 경영위기와 관련해 이동통신사와 채권단, 고객, 협력업체 등을 상대로 한 사과와 호소를 쏟아냈다.
이 대표는 "채권단 제시안이 이통사가 받아들이기에 쉽지 않은 제안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한국의 이동통신 생태계에서 팬택이 존속할 수 있도록 채권단 제시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어 "실사를 거쳐 경영정상화 방안이 짜여 있다"며 "채권단에서 제시한 (출자전환) 안이 제대로 돼 재무구조가 개선되면 독자 생존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이통사들은 입장은 여전히 회의적이다. 가장 많은 채권을 보유한 SK텔레콤(900억원) 측은 "상황은 안타깝지만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본사 차원의 경영적 판단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다른 이통사들도 SK텔레콤의 결정에 따라 최종 결정을 내린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팬택이 상징하는 바도 클 뿐 아니라 팬택의 협력업체들까지 걸려 있어서 너무 안타깝다"면서도 "SK텔레콤이 거부할 경우에는 다른 사업자들이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출자전환 여부는 가장 많은 채권을 보유한 SK텔레콤의 결정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통사도 "이번 한 번으로 해결이 된다면 달라지겠지만 출자전환을 한다고 해서 팬택이 갑자기 살아나고 정상화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경영상의 배임부분도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내부적인 논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채권단의 적극적인 지원 등이 맞물려가지 않으면 어려울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통사가 출자전환을 거부할 경우 팬택은 법정관리로 가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팬택이 사라질 경우 국내 휴대폰 제조업체 구도는 삼성전자와 LG전자 2곳으로 나뉘어 고착될 수 있다. 팬택의 부재로 생긴 틈새를 중국 등 후발제조사들이 공격적으로 진입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팬택과 협력업체 550여곳의 7만~8만명 되는 직원이 한꺼번에 설 곳을 잃어버리게 될 가능성도 있다.
권용민 기자 festy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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