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주파수 700㎒에 대한 지상파 방송사와 통신업계의 갈등이 다시 점화됐다. 지상파 초고화질(UHD) 방송 표준안이 2일 부결되자 지상파 방송사들은 이동통신사의 조직적 반대 때문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지상파 방송사를 대변하는 한국방송협회는 '통신 재벌은 방송 죽이기를 중단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2일 열린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총회에서 지상파 UHD 표준안이 34건의 기술표준 후보안 가운데 유일하게 부결됐다"면서 "700㎒ 주파수를 노리는 이통사들의 일치된 반대로 지상파UHD 도입이 최소 1년 이상 늦춰지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비난했다. 이번 결정으로 기술표준이 채택되지 못하면서 지상파 UHD의 도입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것이다.
방송협회에 따르면 TTA의 의결권은 회비에 비례해 투표권한을 갖도록 되어 있으며, 이동통신3사가 과반수에 가까운 의결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통사들은 이날 총회에서 "지상파가 UHD 방송을 하기에는 재난방송 등 아직 여러 가지 기술적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협회는 "지금까지 TTA 총회에서 상정된 후보 기술이 부결되는 사례는 거의 없었다"면서 "이번 결정은 통신3사가 향후 주파수 할당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속셈으로 지상파 방송의 차세대 방송 표준을 가로막고, 시청자 복지 향상과 신규서비스 창출을 방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는 "이번 기술표준안이 채택되었다면 국민들이 내년부터는 UHD를 무료로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었다"면서 "이번 TTA 총회에서 보여준 이통사의 행태는 UHD 방송산업의 진흥과 시청자의 이익은 외면하고 통신 재벌들의 사적이익만 추구하는 이기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지상파와 이통사는 그간 지상파 아날로그방송의 디지털 전환에 따른 유휴대역 700㎒ 주파수의 용도를 놓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여 왔다. 지상파는 UHD 방송을 위해 700㎒ 주파수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으며 반면 이통사들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데이터 트래픽 문제를 해결하려면 통신용으로 할당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김영식 기자 gra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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