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자금난에 빠진 '팬택 구하기'의 마지막 카드를 쥔 이동통신사들이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팬택 채권단이 3000억원 출자전환 의결을 눈앞에 두고 있어, 사실상 이통사들의 출자전환 결정에 따라 팬택의 법정관리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당국과 채권단의 전방위 압박이 이어지는 와중에 이통사 내부에서는 부정적인 목소리도 끊이지 않고 있어, 이통사들의 출자전환 여부는 '디데이'인 다음 달 4일이 임박해서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팬택의 주채권은행(의결권 40%)인 산업은행은 지난 24일 각 채권은행에 3000억원 출자전환을 골자로 하는 팬택 경영 정상화 안건의 서면 부의를 시작했다. 우리은행(30%), 농협은행(15%), 신한은행(3%), 대구은행(3%), 하나은행(2.5%), 국민은행(1.2%), 수출입은행(1%), 신용보증기금(1%) 등 각 채권은행은 안건에 대한 내부 검토를 거쳐 답변 시한인 다음 달 2일까지 동의 여부를 통보하게 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팬택 경영정상화 지원 방안 마련 때부터 실무자 회의를 다수 거친 사안"이라며 무난한 통과를 예상했다.
문제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 몫의 1800억원 매출채권 출자전환 건이다. 이는 그동안 이통사들이 팬택 제품을 판매하면서 지급한 판매장려금 가운데 아직 팬택으로부터 받지 못한 금액이다. 채권단은 이통사들의 동참을 전제로 출자전환 방침을 세운 상태여서 이통3사가 출자전환을 거부할 경우 팬택은 사실상 법정관리 수순에 들어가게 된다. 전체 매출채권 1800억원 가운데 SK텔레콤이 절반인 900억원 규모를, KT와 LG유플러스가 나머지 900억원의 30%, 20%를 각각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통사 입장에서도 쉬운 결정은 아니다. 채권단이 팬택 매각을 위해 감자를 실시하면 원금 회수가 어려워지는 데다, 채권단이 추가자금 지원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이어서 이후 영업 전망 역시 밝지 않다는 생각 때문이다. 채권단 측은 추가자금 지원에 대해 "이통사 출자전환이 이뤄진다는 가정 하에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나, 아직 이 같은 내용이 논의된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이통사들이 출자전환을 하지 않으면 60만~70만대 수준으로 추정되는 팬택 스마트폰 재고물량 처리까지 힘들어져 손해는 더욱 커지게 된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5000억원가량 된다. 무엇보다 마지막 카드를 쥐게 된 이통사의 책임론까지 불거질 수 있다. 한 이통사 고위 관계자는 "내부에서는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한 반대의 목소리도 높은 것이 사실"이라며 "대내외 업계 상황과 현실적인 문제 등을 놓고 심도 깊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이통사들은 매출채권의 회수 여부를 고민하고 있지만, 회수는 사실상 힘들다고 봐야한다"며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는데 옷이 젖지 않기를 바라는 것으로, 지금은 목숨을 살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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