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국가보훈처가 독립유공자 문남규 선생이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조부로 추정된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이같은 입장은 보훈처가 2010년에 문 선생의 유족이 확인되지 않아 훈장을 전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바꾼 것이다.
국가보훈처는 23일 "대한독립단 대원으로 활동한 애국지사 문남규(文南奎) 선생과 문 후보자의 조부가 동일 인물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대한독립단은 3ㆍ1운동 이후 효과적인 항일무장투쟁을 전개하기 위해 의병운동 계열의 인사들이 1919년 3월 결성한 단체다. 대한독립단은 국내 진입작전과 남만주 동포사회의 자치를 목표로 했다. 대한독립단은 1920년 2월 이후 국내 진공작전을 본격화하기 시작했으며 이 과정에서 문 선생은 순국했다.
1921년 4월9일자 독립신문도 "모지방 기관에서 출동한 주모(朱某) 토벌대장 휘하의 1소대가 삭주군에서 일본군과 접전하여 수명을 살해하였으나 대원 이선찬과 문남규가 1921년 평안북도 삭주에서 일본군과 전투 중 순국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보훈처는 2010년 11월 순국선열의 날에 문 선생에게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했다. 하지만 국가보훈처는 당시 유족확인이 안 돼 훈장을 임시로 보관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4년이 지나 보훈처의 말은 달라졌다. 보훈처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이 보훈처에 문 후보자의 조부와 독립유공자 문 선생이 동일인인지를 문의해 파악한 결과 동일인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보훈처가 동일인물로 추정되는 근거는 3가지다. 한자성명, 원적지, 사망연도다.
보훈처는 "문 후보자의 조부인 문남규(文南奎) 선생은 독립신문에 보도된 독립유공자와 성명이 한자까지 동일하고, 독립유공자 문남규의 전사ㆍ순국 지역과 후보자 조부 문남규의 원적지가 평북 삭주로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또 "문 후보자의 부친인 문기석(1914년생)이 7세 때 조부 문남규가 사망했다고 진술했고, 독립신문에 보도된 독립유공자 문남규의 순국년도인 1921년과 일치한다"며 "제적등본상 1931년 문 후보자 부친 문기석의 호주 상속 당시 조부 문남규는 사망한 상태였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인 민족문제연구소는 보훈처의 이 같은 발표에 대해 "애국지사 문남규 선생과 문창극 후보의 할아버지가 동일인이라고 확정할 수 있는 자료는 아무것도 없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유은호 민족문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문남규 선생의 전사를 다룬 독립신문의 문맥을 볼 때 문 선생은 1921년이 아니라 1920년에 전사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국가보훈처의 공훈록이나 공적조서에는 문 선생의 출생지와 본적이 미상으로 돼 있는데, 갑자기 원적지가 삭주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전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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