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중국 스토리 인물史]선제, 전한을 다시 일으킨 황제

시계아이콘01분 45초 소요

[중국 스토리 인물史]선제, 전한을 다시 일으킨 황제 박종구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AD

한선제(漢宣帝, BC 91~49)는 전한의 제9대 황제다. 어릴 때 이름은 병이로 한무제의 황태자 유거의 손자다. 유거가 무제 말기 강충의 무고사건에 연루되어 처형됨에 따라 일찍이 민간에서 자랐다. 당대의 실력자 곽광에게 옹립되어 황제로 즉위했다.


한선제의 즉위는 전술한 강충 무고사건을 언급하지 않고는 설명할 수 없다. 무제 말년은 끊임없는 무고의 연속이었다. 일단 무고사건에 휘말리면 혹리의 혹독한 고문으로 역모죄로 몰리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무제는 말년에 주술에 빠져들어 주변 사람들이 무고를 하여 저주를 퍼붓는 것이 아닐까 의심하곤 했다. 강충은 출세지상주의자로 이전에 태자 유거의 불법을 적발한 적이 있어 불편한 사이였다. 무제 사후 황태자가 뒤를 이을 경우 자신의 안위가 우려되었다. 결국 태자를 무고했다. 태자는 쿠데타를 도모하지만 싸움에서 져 교수형에 처해졌다. 황태자 일족은 주살되고 손자인 유병이는 민간에서 양육되었다.

실력자 곽광은 무제의 뒤를 이은 소제가 BC 74년 요절하자 창읍왕 유하를 옹립하지만 바로 폐위시키고 유거의 손자인 병이를 황제로 옹립했다. 소제의 사망, 창읍왕의 폐위 및 선제의 즉위까지의 권력 교체는 철저히 곽광이 주도했다. 유병이는 하급관리인 허광한의 딸과 결혼하여 외척세력이 미약했다. 곽광의 입장에서는 후사로 삼기에 딱 좋은 상대였다. 곽광은 선제에게 계수귀정(稽首歸政), 머리를 땅에 대고 정권을 반납하겠다고 주청했다. 교묘한 정치적 제스처였다. 선제는 이를 사양하고 "본인에게 상주하기 전에 반드시 곽광에게 먼저 상의하라"는 교지를 내렸다. 곽광에게 실권자의 지위를 인정한 것이다. 이로 인해 선제 즉위 초기에는 심각한 권력 갈등은 없었다.


사단은 곽광의 처인 곽현의 욕심에서 태동했다. 곽현은 미천한 신분 출신으로 욕심 많은 여자였다. 자신의 딸을 황후로 만들기 위해 선제의 조강지처인 허황후를 독살했다. 선제는 매우 총명한 황제였다. 자신의 처가 죽은 것은 곽광 일족의 음모임을 꿰뚫어보고 후일의 보복을 마음에 담았다. 허황후가 낳은 아들을 황태자로 삼으니 후일의 원제다. BC 68년 곽광이 병사하자 선제는 곽씨 일족의 군권을 박탈하고 지방으로 좌천하여 권력의 중심에서 배제했다. 궁지에 몰린 곽씨 세력의 반란은 사전에 감지돼 일족은 주살되고 선제의 권력은 공고해졌다.

선제는 오랜 기간 민간에서 자라 백성의 고통과 애환을 잘 알고 있었다. 민생의 어려움과 현실 세계의 각박함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 인간이었다. 선제는 패도와 왕도를 섞어서 펴야만 한다는 실용주의적 통치관을 갖고 있었다. 지나친 유교적 이상론으로는 국정의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없다는 냉정한 현실주의 계산이 자리 잡고 있었다. 무제와 소제의 시기를 거치면서 치안이 흐트러졌고 변경의 방어 체계도 약화되었다. 무엇보다도 관료사회 분위기가 많이 이완되었다. 선제는 질서유지와 공직기강 확립을 위해 엄격한 법치주의로 국정에 임했다. 선제 시대의 형벌은 엄격했다. 법가계통의 관리를 중용했고 법 집행이 가혹해졌다. 황태자는 유학자를 등용할 것을 권유했지만 선제는 "아직은 때가 이르다"며 수용치 않았다. 철저한 법가주의적 통치방식을 밀어붙인 것이다. 이에 따라 선제의 23년간 치세는 흐트러진 민심과 사회질서를 회복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무제의 빈번한 외정으로 국력의 피폐와 백성의 고초를 직접 목격한 선제는 '휴식'의 시대를 지향했다. 군사 행동은 최소화했다. 한나라에 복속했던 신장 지역의 차사국이 등을 돌리자 군대를 보내 점령했다. 오랜 두통거리인 흉노 세력이 선제 때에 이르러 결정적으로 약화되었다. BC 51년 흉노의 호한사선우가 장안에 입조해 스스로 신하되기를 청했다. 서역 지역이 완전히 한제국의 판도에 귀속되었다. 서역도호가 설치되고 서역으로의 교역이 활성화되었다.


선제는 전한 중흥의 황제다. 그러나 내조 중심의 통치로 행정부 격인 외조가 약화되었다. 외척과 환관의 발호를 초래했고, 왕망의 난으로 전한이 멸망하는 계기가 됐다.


박종구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