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윤나영 기자] 스마트폰으로 상대방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할 수 있는 '스파이앱'이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국민 대부분이 사생활 침해에 노출돼 있는데도 정부는 손 놓고 지켜보기만 할 뿐 별다른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스파이앱은 사용자들의 통화 내용, 문자메시지, 음성 녹음 등을 통한 도ㆍ감청 기능까지 갖춘 앱으로, 홈페이지에서 한 달 이용료 3만5000~10만원에 결제하면 이메일을 통해 감시용 스파이앱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다운받은 앱을 상대방의 스마트폰에 몰래 설치하거나 스미싱 문자나 메일을 보내 자동으로 깔리게 하면, 통화 내용과 SNSㆍ문자 메시지 기록은 물론 위성항법장치(GPS) 이동경로 등 스마트폰을 통한 모든 정보가 실시간으로 전달된다.
지난해 2월 스마트폰에서 SMS 문자메시지 내용을 빼내가는 스파이앱이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데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이를 구입해 범죄에 이용한 사람에게 실형이 선고되기도 했다.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스파이앱이 최근 들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찰청 사이버 안전국 관계자는 "지난해 첫 실형 선고 사례 이후 신고 건수가 많이 줄었었는데 올해 초부터 신고가 다시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미래부와 방통위 등 정부의 대책은 전혀 마련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스파이앱 자체는 정당한 용도로 쓰일 수도 있기 때문에 앱을 제작해 판매하는 사업자 자체를 처벌하기는 어렵다. 실제 스파이앱을 판매하는 업체 관계자는 "부모들이 자식들의 비행을 감시하거나 기업의 산업기밀ㆍ기술 등의 유출을 막기 위해 개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알고도 판매를 했거나 앱을 구매해 악용한 경우 등 구체적인 사례를 일일이 적발해내야 처벌이 가능하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의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김경환 변호사(법무법인 민후)는 "정보통신망법의 시행 주체는 미래부와 방통위, 통신비밀보호법의 시행 주체는 미래부와 법무부"라며 "경찰뿐 아니라 정부 부처와 기관에도 스파이앱 관련 피해 사례를 조사하고 단속할 권한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해 첫 발견 이후 실형 선고 사례가 있은 지 1년이 지났는데도 미래부와 방통위는 이와 관련해 아무 조치도 취하고 있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래부와 방통위에는 관련 신고를 접수받는 창구도 마련돼 있지 않았을 뿐 아니라 담당 부서에서는 이와 관련한 정보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방통위 개인정보보호과 관계자는 "처벌이나 규제가 가능하긴 할텐데 현재 검토중인 부분이라 잘 모르겠다"며 답변을 피했다. 그러면서 "일일이 사례를 적발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자신의 스마트폰에 스파이앱이 깔렸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캠페인이나 단속ㆍ규제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해명했다.
또 미래부 관계자는 "정보 유출이나 보안에 관련된 사고나 사례는 기본적으로 우리 쪽에서도 탐지, 방어를 하고 있으나 스파이앱을 설치하는 행위 자체의 위법성에 관해서는 개인정보보호법령을 살펴봐야 하는 부분이 있어 방통위에 물어보시는 게 나을 것"이라며 방통위에 책임을 떠넘겼다.
이에 대해 김경환 변호사는 "스파이앱은 정보를 취급하는 사업자가 아니므로 개인정보보호법 적용 자체가 어렵다"며 "이 문제는 정보통신망법과 통신비밀보호법에 해당하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주관 부처가 관련 법 적용에 있어서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한 것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가 4000만명을 넘어서고 있어 국민 누구나 언제든 스마트폰을 통해 사생활을 감시당할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정부가 이 부분에 대해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윤나영 기자 dailybes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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