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아시아블로그] 부모세대에 대한 ‘의리’

시계아이콘01분 28초 소요

[아시아경제 류정민 차장]황색 월급봉투에 급여명세서 내용을 담아 월급을 전해주던 시절이 있었다. 휴일도 없이 땀 흘려 일한 대가가 두툼한 봉투에 담겨 나왔다. 월급날만 손꼽아 기다리던 아이를 위해 단팥빵, 슈크림 빵을 사기도 하고 통닭을 사서 들어가는 호기를 부리기도 했다. 정 어려우면 풀빵이라도 한 봉지 사서 아이들에게 환한 웃음을 전해주던 시절이다.


아이가 '100점'을 맞은 시험지를 안겨주면 일로 쌓인 피로는 단숨에 가셨다. 아이 공부를 위해서라면 고된 일도 얼마든지 참아낼 수 있었다. 부모세대는 자신을 제대로 돌볼 여유도 시간도 없었다. 그분들은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으려 했고, 먹고 싶은 게 있어도 참는 게 먼저였고, 변변한 입을 것도 없이 가정과 자녀를 챙겼다.

국무총리가 되겠다는 누군가는 "우리 민족은 게으르다"고 했다는데 부모세대의 눈물겨운 삶을 생각한다면 그런 말은 할 수 없다. 부모세대는 가정을 위해 일터를 위해 몸이 부서져라 일했다. 그래야 먹고 살 수 있었고, 아이 공부를 시킬 수 있었다.


부모세대의 헌신적인 노력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은 이만큼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 시절은 고된 일상 속에서도 정(情)이라는 게 있었다. 이웃들과 기쁨도 아픔도 나눴다. 누군가 억울한 일을 당하면 자기 일처럼 걱정하고 위로했다. 비 오는 일요일이면 누군가 준비한 파전에 막걸리로 웃음꽃을 피우는 낭만도 있었다.

그런 것이 삶의 버팀목이었다. 팔다리, 어깨 어느 곳 하나 성한 곳이 없었지만, 병원을 가기보다는 값싼 연고를 바르며 "이제 괜찮겠지" 허허 웃던 그런 시절이다. 억센 손마디와 근육질 팔뚝을 자랑하던 그분들, 대한민국의 오늘을 일궜던 그들은 지금 왜소한 몸으로 변했다.


머리는 하얗게 변했고 무릎이 아파 걷기도 힘들다. 젊었을 때 몸을 제대로 돌보지 않으며 열심히 일했던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 가장으로서 위엄은 사라진 지 오래고 발언권도 약해졌다. 오히려 아들과 며느리 눈치에 주눅이 들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있다.


잘 나갔던 옛날 얘기라도 하려고 하면 "또 그 이야기냐"면서 손사래부터 치는 자식들 앞에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여야 하는 그분들은 지금 '외로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평생을 일했지만, 노후를 위해 저축하기보다는 자식들 뒷바라지에 쏟아 부었다.


그런 부모세대인데 자녀들에게 버림을 받고 있다고 한다. 형제도 많은데 왜 내가 모셔야 하느냐면서 법정까지 가서 부양책임을 면하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너무 냉정해진 현실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끼는 이들이 많은가보다. 요즘 '의리'가 사회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의리 결핍의 시대, 누구를 탓하기보다 우리를 되돌아보는 것은 어떨까.


의리의 가치에 공감한다면서 부모세대 외로움을 방치해서 되겠는가. 가끔 맛있는 음식을 사드리고 좋은 옷을 전하는 것만이 보답은 아니다. 그분들의 상실감을, 외로움을 어루만지는 노력이 필요하다.


복잡할 것도 없고 어려울 것도 없다. 부모세대가 옛이야기를 할 때 공감하며 경청하는 것만으로도 그분들은 행복을 느낄지 모른다. 누구보다 당당하고 헌신적이었던 그분들의 청춘을 추억으로라도 되살리게 해준다면 그것이 진짜 의리의 실천 아닐까.






류정민 차장 jmryu@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1.0914:18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정부가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수분양자에게 일정 가격으로 되팔 권리를 보장하는 '주택환매 보증제(가칭)'를 처음 도입한다. 준공 후 미분양 1가구1주택 특례 가액기준을 6억원에서 7억원으로 상향하고, 인구감소지역 세제 특례와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 지원도 연장한다. 공급 측면에서는 3기 신도시 1만8000가구를 포함해 올해 5만가구 착공에 나선다. 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 26.01.0914:05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제도화에 속도를 낸다. 디지털자산 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안) 입법을 통해 발행·유통·거래 전반을 포괄하는 규제 틀을 마련한다. 또한 디지털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기관은 9일 오후 '2026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 등 디지털자산을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정부가 국내 장기 주식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출시한다. 투자 시 납입부터 배당까지 '더블 혜택'을 주는 국민성장펀드·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펀드도 출시한다. 국내외 산업과 자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는 '한국형 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하기로 했다.9일 재정경제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60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생산적 금융을 강조해온 이재명 정부가 국장 장기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투자계좌(ISA)'를 신설한다. 일정소득 이하의 청년을 대상으로 한 '청년형 ISA'는 물론, 비과세 200만원이 적용되는 기존 ISA 대비 세제혜택을 대폭 확대한 '국민성장ISA'도 선보일 예정이다.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부처는 9일 오후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공개했다. 생산적 금융 기치 하에 첨단

  • 26.01.0914:00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외환시장을 24시간 개방해 원화 국제화에 나선다. 역외 원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규제를 정비함으로써 한국 증시의 숙원이자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 기관은 9일 오후 '2026년 경제성장 전략'을 공개하면서 이러한 내용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외환·자본시장 종합

  • 26.01.1609:11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월 15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전화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희석 : 감사합니다. 소종섭 :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제명 처분을 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나요? 윤희석 :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죠

  • 26.01.1416:21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1월 14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함께 여러 가지 이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지내셨죠? 이준석 : 예, 그렇습니다. 소종

  • 26.01.1008:01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808:49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710:25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1월 5일) 소종섭 : 어서 오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장성철 :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종섭 : 이 얘기부터 해보죠.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서 폭언했다, 보좌진에게 갑질했다, 남편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등 의혹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