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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광장에 울려퍼진 '대~한민국'…그래도 세월호는 잊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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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광장에 울려퍼진 '대~한민국'…그래도 세월호는 잊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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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 유제훈 기자] "인천에서 새벽 5시에 출발했어요."
브라질 월드컵 첫 경기가 치러진 18일 오전 7시 광화문 광장. 경기 시작 직전 이곳에 도착했다는 김태형(26)씨는 "새벽일을 마치고 한숨도 자지 않은 채 러시아전 응원을 위해 직장동료들과 왔다"고 말했다.

이날 경복궁을 등지고 설치된 스크린 앞에는 얼굴에 태극마크를 그려넣고 막대풍선을 든 '붉은 악마들'로 가득 채워졌다. 평일 아침인데도 1만2000여명의 시민들이 광장에 모였다. 연차를 내고 나온 직장인부터 등교 전 전반전 경기라도 보려고 들른 고교생까지 붉은 물결은 광장을 비집고 나와 스크린 왼편 세종문화회관 계단과 오른편 교보문고 건물 앞까지 이어졌다.


스크린 앞쪽에 돗자리를 깔고 앉은 김태규(31)씨는 "어제 퇴근 후 밤 9시에 직장동료 6명과 와서 자리를 잡았다"며 "오늘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남은 경기도 광화문 광장으로 응원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송의화(33)씨는 "첫 경기인 만큼 직접 나와 응원하고 싶어 월차를 냈다"고 말했다.

강남의 코엑스 주변 영동대로 일대 역시 태극전사의 승리를 기원하는 붉은 물결로 뒤덮였다. 영동대로 본무대 앞좌석은 경기 시작 3시간 전인 오전 4시부터 빈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대한민국! 대한민국!’ 전반전이 시작되자 광화문 광장이 달아올랐다. 전반전 내내 공수를 주고받는 양팀의 치열한 경합에 시민들은 환호성과 탄성을 반복했다. 러시아의 공격수들이 공세를 이어가자 곳곳에서 '막아', '어, 어~' 안타까운 탄성이 나왔다가 수비수들이 공세를 막아내자 '오~'라는 안도의 환호성으로 바뀌었다.


전반전이 끝나자 하나둘 자리를 뜨는 이들이 보였다. 이화여고 2학년인 서미지(18)양은 "등교 전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평소보다 일찍 등굣길에 나섰다"며 전반전이 끝나자 아쉬운 표정으로 자리를 떴다. 후반전 23분께 이근호 선수가 첫 득점을 올리자 시민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용수철처럼 튀어올랐다. 응원단이 '대한민국', '오 필승 코리아' 등 응원구호를 띄우기 시작하자 시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대~한민국!'을 외치며 응원에 열을 올렸다.


이날 응원전은 여느 월드컵 때에 비해 매우 차분한 분위기였다. 김태규씨는 "일단 모인 사람들의 숫자부터가 4년 전, 8년 전과 확연히 차이 난다"며 "호응도가 낮은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세월호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송의화씨는 "경기시간이 너무 이른 것도 있지만 사람들 사이에 너무 떠들썩하게 응원해서는 안된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광장 한쪽에서는 '세월호 서명하고 응원해요'라고 적힌 현수막 아래 등에 태극기를 두른 사람들이 '세월호사고의 조속한 수습과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특별법 제정 촉구' 등에 서명하는 모습이 보였다. 메인스크린 옆 붉은 악마를 상징하는 문양 오른쪽 상단에는 노란 리본이 눈에 띄기도 했다.


이날 경기가 끝나고 시청광장 분향소를 찾는 이들도 많았다. 오전 9시 시청 관계자는 "응원복을 입고 분향소를 찾는 이들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분향소를 찾은 김상협(24)씨는 "사람들이 응원하는 것도 좋지만, 세월호가 잊혀지고 시들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지나가다가 찾게 됐지만 역시 안타깝고 눈물이 난다. (세월호의 비극이) 잊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02년부터 계속해서 월드컵 거리응원을 해 왔다는 허운(74)씨도 "세월호 사건 이후 침체된 사회 분위기를 위해서 젊은이들이 축구 응원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예전과 달리 응원 과정에서 '정숙함'도 찾아볼 수 있었던 만큼 성숙한 시민의식이 돋보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나영 기자 bohena@asiae.co.kr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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