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보수 탄원 공방속에 법외노조 취소소송 판결 앞둬
[아시아경제 이윤주 기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자신들의 '법외노조' 지정을 취소해달라고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한 소송에 대한 판결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법외노조란 노조법이 요구하는 조건을 갖추지 못해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노조를 뜻한다. 지난해 10월 고용노동부는 해직교원 9명을 조합에서 탈퇴시키지 않는다는 이유로 전교조에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법외노조)'고 통보했다. 이에 전교조는 통보 취소 소송과 집행정지가처분신청을 제기했고, 1심 판결을 앞둔 18일까지 각 입장을 대변하는 쪽의 탄원서 제출과 집단행동 등으로 찬반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전교조 탄압, 중단하라"= 이번 6·4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진보 교육감 당선인 13명은 재판부에 '전교조가 법외노조가 될 경우 학교 현장에서 겪을 혼란과 교육청의 행정력 낭비를 고려해 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잇따라 제출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인은 16일 "전교조가 법적 지위를 상실하면 다양한 지혜를 한데 모아야 하는 교육 현장이 균형을 잃게 될 것"이라고 탄원서 제출의 취지를 설명했다.
'민주교육과 전교조 지키기 전국행동'은 지난 9일부터 전국적으로 전교조 설립 취소에 반대하는 탄원서를 받아 1주일 만에 학부모와 시민들로부터 4153장이 모였다고 밝혔다. 전국행동은 "이 탄원서를 통해 학부모와 시민의 소망이 재판부를 통해 이뤄지고, 한국사회 민주주의와 노동자의 권리가 신장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18일 오후 1시에는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전교조 지키기 문화예술계 긴급 시국선언' 기자회견이 열린다. 송경동 시인, 신학철 화가 등으로 이뤄진 문화예술계 시국선언 추진위원회는 "국민이 전국 13명의 진보교육감을 선택한 것은 전교조와 선생님들이 우리 시대의 평형수로 서달라는 뜻"이라며 "이런 국민의 뜻을 재판부가 잘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교조는 법외노조 맞다" 맞불= '전교조 구하기' 움직임이 확산되자 보수 진영 단체들은 맞불을 놓고 있다. 교육과학교를위한학부모연합·자유교육연합 등 5개 보수 교육시민단체는 18일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인정하는 판결을 촉구했다. 이들은 "(전교조는) 재판부를 압박하기 위해 집회·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다"며 "법과 양심에 따라 전교조가 비합법노조라고 판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도 교육감 당선인들의 탄원서 제출 후 즉각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교총은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동은 신중해야 한다"며 "법원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차분히 기다리는 게 순리"라고 말했다.
◆노동법학계, "몇명의 해직자로 노조 자체를 부정하는 건 잘못"= 정부의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는 국제사회에서도 이미 큰 문제로 지적돼왔다. 국제노동기구(ILO)는 한국 정부의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철회와 교원노조법 개정을 이미 수차례 권고했고 긴급개입(intervention)에 나서기도 했다. ILO가 지난해 고용노동부에 보낸 서한에는 "해직자들에게 노조원이 될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하는 법률 조항은 결사의 자유 원칙과 양립할 수 없는 모순된 것"이라는 지적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노동법 학자들 사이에서도 비조합원 몇명이 포함됐다고 해서 '노조가 아니다'고 판단하는 것은 '무리수'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심재진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노동법)는 "노조의 설립 취지 자체가 '자주성 보장'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해직자 몇명에게 조합원 자격을 줬다는 이유로 노조의 자주성이 침해된다고 보는 것은 법을 지나치게 형식적으로 해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윤주 기자 sayyunj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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