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오전 7시, 4시, 5시.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에서 한국전이 열리는 시간이다. 오는 18일 오전 7시 러시아전을 시작으로 23일 새벽 4시에는 알제리전, 27일 새벽 5시에는 벨기에전이 각각 개최된다.
이번 월드컵은 브라질과의 시차 때문에 주요 경기들이 새벽이나 아침 이른 시간에 개최돼 새벽잠을 포기하고 신체 리듬이 뒤바뀌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에이치플러스(H+)양지병원의 도움을 받아 월드컵 기간 중에 흔히 발생할 수 있는 건강 문제들을 미리 살펴보는 방안을 알아봤다.
전문가들은 월드컵 기간 중 가장 큰 건강의 적은 '수면부족'과 '피로'라고 지적했다. 새벽부터 아침까지 밤잠을 설치게 되면 다음날 수면 부족으로 피로와 집중력 저하, 판단력 저하 등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피로가 누적되면 교통사고나 안전사고 등 각종 사고 위험이 증가하고, 불규칙한 수면 반복으로 수면리듬이 깨지면 불면증이나 수면장애가 발생해 장기간의 생활리듬에 큰 무리를 줄 수 있다.
수면부족을 예방해 업무나 학업에 지장을 줄이려면 가급적 생방송 관람을 피하고 다음날 재방송으로 시청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대한민국 대표팀 경기처럼 반드시 생방송을 봐야 한다면 미리 사전 준비를 해야 한다. 경기 직전에 알람을 맞추거나, 최소 6시간 이상은 어둡고 조용한 환경 속에 취침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부족한 잠은 다음날 15~20분 정도의 짧은 낮잠을 자라고 추천한다. 장시간의 낮잠은 오히려 야간 수면을 방해할 수 있어 지나친 낮잠은 금물이다.
월드컵 때 빼놓을 수 없는 '치맥(치킨+맥주)' 등 저녁 간식은 속쓰림, 소화불량, 역류성 식도염, 위염 등을 야기할 수 있다. 이런 과음 과식으로 인한 위장질환이나 비만을 예방하려면 과일이나 채소 중심으로 간식을 먹고 당분이 많은 음료수보다는 생수가 좋다고 조언한다. 술은 한 두잔 이내로 적당히 마시는 게 좋다.
유태호 에이치플러스(H+)양지병원 가정의학과 과장은 "맵고 자극적인 음식이나 익히지 않은 음식 등은 위염이나 장염을 일으켜 속쓰림, 복통, 설사 등의 증상을 유발할 수 있으니 가급적이면 피하는 것이 좋다"며 "증상 발생시에는 참지 말고 빨리 가까운 병원을 찾아 검사 및 필요한 치료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체중이 늘었을 때는 처음부터 강한 강도의 운동을 하는 것은 피하고, 빨리 걷기 등의 유산소 운동과 가벼운 근력 운동, 스트레칭 등으로 체중감량을 위해 신체를 준비시키면서 평소보다 적게 먹는 것이 필요하다.
월드컵 기간 중에 특히 조심해야 할 사람들이 있다.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다. 실제로 월드컵 기간 때 과도한 응원이나 흥분을 하게 되면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에까지 이르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흥분과 긴장이 교감신경을 자극하고, 혈압과 맥박수를 상승시켜 심장 부담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유태호 과장은 "평상시에도 신체리듬상 심장이 가장 불안정한 새벽에 심장질환 발생 위험이 높은데, 이번 브라질 월드컵은 새벽 시간대에 경기가 집중돼 있어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수면부족, 음주, 흡연, 야식 등으로 인해 신체 조절 기능이 저하된 상태에 분노나 흥분 등 심리적인 스트레스가 더해지면 협심증, 심근경색, 뇌출혈, 뇌경색 등 치명적인 심뇌혈관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심장질환이나 뇌혈관질환으로 치료 중이거나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이 있는 사람들은 흥분을 자제하고 가급적 집에서 조용한 분위기 속에 경기를 시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기 전후로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물을 조금씩 자주 마셔 체내 수분이 부족하지 않게 보충하며, 가능하면 술은 피하고 간식은 과일이나 채소 등으로 가볍게 즐기는 것이 좋다.
유 과장은 "만약 응원 중 가슴 통증이 발생하면 즉시 응급실을 방문해야 한다"며 "특히 흡연자는 돌연사의 위험이 더 크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새벽 시간 경기 관람 중 가능하면 담배를 피우지 말고, 장기적으로는 금연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이어 "24시간 심장혈관이나 뇌혈관 중재 시술이 가능한 가장 가까운 병원을 미리 알아놓는 것이 필요하고, 급할 때는 119에 연락하여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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