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사기 진작… 황 회장 '삼성DNA' 영향도
[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황창규 회장의 KT가 4년6개월 만에 ‘직급제’를 다시 시행한다. 징계를 받았던 직원들에 대한 사면조치도 단행한다.
KT는 16일 오후 사내방송으로 직급제 부활을 직원들에게 공식 발표했다. 지금까지는 본부장, 실장, 팀장 등 보직자 이하를 모두 '매니저'로 호칭했지만 앞으로는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으로 직급이 나뉜다.
이와 함께 KT는 징계를 받았던 직원들에 대한 '사면' 조치도 단행했다. 영업 과정에서 불가피한 사유나 실수로 윤리경영실로부터 징계를 받았던 임직원 100여명에 대해 기록을 말소하기로 했다.
이 같은 조치는 최근 실적부진과 대규모 명예퇴직 등으로 위축됐던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하고 조직력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직급(연차)이 아닌 성과에 따라 결정됐던 연봉체계도 직급이 오를 때마다 상승해 실질적인 임금인상률이 올라가게 된다.
KT는 이석채 전 회장 당시인 2010년 1월에 수평적 기업문화를 창출한다는 이유로 직급제를 폐지하고 근속연수에 상관없이 매니저로 통칭하는 한편 성과에 따른 보수를 지급하기로 했지만, 임금 인상률이 억제되고 기대했던 만큼 조직 운영의 유연성이 발휘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황 회장이 몸담았던 삼성전자가 직급제를 시행하고 있는 것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직급제 시행 여부와 상관없이도 충분히 수평적 기업문화와 효율적 조직운영이 가능하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전임 이석채 회장의 색깔을 지우고 KT의 기업문화를 쇄신하려는 황 회장의 '삼성 DNA 심기' 연장선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통신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2006년 직급제를 폐지했으며, LG유플러스는 직급제를 시행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26일부터는 전산시스템에도 새로 바뀐 인사제도가 적용된다"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gra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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