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 활성화 정책·위안화 절상 호재
관광개발 프로젝트에 투자자금 몰려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 제주도에 위치한 은행 지점에 중국 큰 손들의 자금이 대거 유입되고 있다. 넘쳐 나는 자금을 투자할 곳을 찾는 중국인들과 청정자연 환경을 앞세워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려는 제주도가 서로 통(通)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은 제주도에서 치열한 중국인 유치전에 돌입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외환은행은 시중은행 중 제주지역에서 가장 많은 중국발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은행 신제주지점과 제주지점 두 곳의 중국인 원화예금 규모는 지난 3월말 기준 260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453억원에서 3개월새 약 6배, 2012년말 43억원보다는 60배 늘어난 셈이다.
하나은행은 중국인 원화예금 규모도 지난해 말 124억원에서 지난 3월말 563억원으로 3배 가량 늘었다. 우리은행도 2012년말 39억원에 불과했던 중국인 원화예금이 지난해 말 123억, 지난 4월말 138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또 신한은행은 지난 3월말 32억원에서 4월말 320억원으로 중국인 원화예금이 급증했다.
이처럼 시중은행 제주지역 지점에 중국인 예금이 늘어나는 이유는 관광개발 프로젝트에 중국법인 자금이 대거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제주 전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 18개 중 12개에 중국 법인들의 자금이 대규모로 유입됐다. 이 중 9개는 100% 중국 자본으로 구성됐다. 대부분 관광개발 사업으로 박물관, 종합휴양단지, 놀이시설 등이 주를 이룬다. 이처럼 중국법인이 외국인직접투자(FDI)로 국내에 들여온 자금은 지난 5월말 기준 2691억원에 달한다.
제주도청 관계자는 "12개 법인의 모기업은 모두 중국법인으로 자금의 원천은 중국이라고 보면 된다"며 "정부통계로 잡히는 FDI 기준이 5년이상 빌려오는 장기차관인 점을 생각하면 실제 제주에 유입된 중국인 자금 규모는 훨씬 크다"고 말했다.
중국 법인이 이처럼 제주도에 몰리는 까닭은 현재 위안화 절상 흐름에서 해외투자가 적합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게다가 주된 투자처였던 홍콩, 마카오보다 지리적으로 더 가까운 것도 이점으로 작용했다. 또 공해가 심한 본토보다 청정자연이 조성된 제주도에 더 큰 투자매력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진다.
제주도가 정책적으로 추진 중인 외국인 투자 활성화 정책도 한 몫을 했다. 특히 5억원 이상을 제주지역에 투자하는 외국인에게 5년뒤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으면 배우자, 자녀에게까지 영주권을 부여하는 '부동산투자이민제도'도 큰 영향을 미쳤다. 2010년 이 제도가 실시된 이후 중국인이 매입한 제주도 땅 규모는 같은 해 4만9000㎡에서 2011년 143만6000㎡, 2012년 192만9000㎡, 2013년 245만5000 ㎡로 폭증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국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원화 예금계좌 중 상당수는 영주권을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유동성이 큰 법인 예금과 달리 개인 예금이 늘어난 것은 향후 고객 확보에도 유리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은 제주도에 중국발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외환은행은 지난 5일 제주지점에 외국인 직접투자센터(FDI센터)를 신설해 투자 컨설팅과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신제주지점에 '중국고객 데스크'를 운영하고 중국어가 능통한 직원들로 구성된 전담팀이 일반적인 은행 업무부터 부동산 구입, 투자이민제 등 국내 투자에 대한 상담업무도 진행한다.
하나은행도 중국인 대면 컨설팅을 위해 신제주지점에 중국인 행원 2명을 배치했다. 신한은행은 제주지역 지점에 중국 고객 전담 직원 채용과 창구 설치를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다. 또 제주지역에 15개 지점을 갖고 있는 농협은행은 제주영업본주에 중국 통역 전담 직원 채용과 전용 창구 개설을 추진하고 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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