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6ㆍ4 지방선거에서 '졌지만 이긴' 후보들이 있다. 김부겸 대구시장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와 오거돈 부산시장 무소속 후보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집권여당 후보와의 경쟁에서 돋보이는 선전을 펼쳐 '지역주의 극복'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여당의 아성으로 여겨졌던 대구 시장선거는 지방선거 역사상 처음으로 개표 초반 선거결과를 예단할 수 없는 지역이 됐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김범일 한나라당 후보는 이승천 민주당 후보를 상대로 56.1%포인트 차이로 승리했으며, 2006년 지방선거에서는 김범일 한나라당 후보는 이재용 열린우리당 후보를 49.1%포인트 차이로 손쉽게 승리했다. 지방선거가 시작된 이래로 현재의 야당이 힘을 써본 적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달랐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깃발을 걸고 출마한 김 후보가 대구 유권자의 40.3%의 표심을 얻으며 패배했기 때문이다. 김 후보는 권영진 새누리당 후보에 16만2284표(15.6%포인트) 차이로 졌다. 2012년 총선에서 원래의 지역구 경기도 군포 대신 대구의 강남으로 통하는 대구 수성구 갑에 출마했다 낙선한 김 후보는 이번 대구시장 선거에서도 고배를 마셨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단기필마로 도전해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 총선에서 김 후보는 대구 수성구갑 국회의원 선거에서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에게 12.4%포인트 차이로 패배했지만 이번 시장선거 김 후보는 수성구 전체에서 47.5%를 얻어 49.9%를 얻은 권 후보와의 차이가 2.4%포인트 차이에 그치는 선전을 거뒀다. 20대 총선에서 기적을 만들어 낼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 것이다. 김 후보는 이번 선거의 선전 영향으로 잠재적인 차기 대권주자의 반열에 오르게 됐다. 야권 후보 가운데 대구 경북에서 김 후보만큼 득표력을 가진 인물이 없다는 사실이 이번 선거를 통해 확인됐기 때문이다.
여당의 텃밭이었던 부산 역시 오래간만에 격전지가 됐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허남식 후보는 민주당 김정길 후보를 10.8%차이로 승리했다. 2006년 선거에서는 허남식 한나라당 후보는 오거돈 열린우리당 후보를 상대로 41.4%라는 압도적인 승리를 보였다.
오 후보는 이번 부산시장 선거에서 부산 표심의 반수에 가까운 49.3%를 얻어 50.65%를 확보한 서병수 새누리당 후보에 안타깝게 졌다. 서 후보가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인 점 등이 승리에 크게 작용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오 후보의 패배는 더욱 눈부시다. 오 후보는 선거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했지만 부산 전체를 아우르는 거물 정치인으로 우뚝 서게 됐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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