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지난해부터 대형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각종 화학물질의 유출사태부터 간단한 안전 원칙을 지키지 않아 불의의 사고로 생명을 잃은 경우도 더러 있었다. 연일 터지는 지하철 사고는 물론이고 세월호 참사의 주 원인 중 하나가 안전 불감증과 안전을 담보로 돈을 벌기 위한 기업의 잇속이라는 점에서는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최근 딸아이가 스케이트 보드를 배우는데 열심이다. 헬멧에 무릎 보호대, 장갑까지 끼워서 보내지만 그래도 멍 투성이다. 처음에는 공원 한구석에서 타더니 이제는 자전거 도로에서 자전거와 나란히 쌩쌩 달린다. 주변을 둘러보자 순식간에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빠른 속도의 자전거도 흔하다. 대부분이 헬멧도 쓰지 않은 채 봄바람을 즐기고 있다. 인라인을 타는 사람도 무릎 보호대 정도만 착용했을 뿐 헬멧은 잘 쓰지 않는다. 딸아이 역시 잠시 타보더니 헬멧을 벗겠다고 했다. 덥고 불편한데다 다른 사람들도 대부분 안쓰고 있는데 자신도 굳이 쓸 필요가 없다며 고집을 부려 결국 벗겨주었다. 그 순간 앞 자전거를 앞질러 가려다 인도를 침범한 자전거와 부딪칠뻔한 아찔한 순간이 있었다. 잠시 멈춰서서 미안하다고 말한 그 사람은 별것 아니라는 듯이 페달을 밟으며 사라졌다. 자전거 한대가 겨우 지나갈만한 자전거 도로에 바짝 붙은 인도, 앞 자전거가 속도를 내지 못하면 반대편 도로에 자전거가 오지 않을 때 앞질러야 한다는 기본적인 안전 수칙도 모르는 사람, 인도와 자전거 도로를 구분하지 못하고 마음껏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아이들, 조금 불편하다고 생명과 직결되는 헬멧을 벗게 한 나, 이것이 우리 사회의 안전인식을 대변하는 것이다.
실제 최근 발생한 사건, 사고들이 모두 그렇다.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돈과 인내가 필요하다. 헬멧 사는 돈이 아까워서 시속 30km의 속도를 내는 자전거에 맨 머리를 내어밀고 느림보 자전거를 참지 못해 인도로 뛰어든다. 세월호에 과적을 한 청해진 해운도 결국 돈 때문에 안전을 버렸다. 기업들에서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도 안전을 위한 비용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화학물질 유출사고서도 작업자들이 불편함을 꺼려 안전장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아 참사가 벌어진 적도 있었다. 우리가 '나하나 쯤이야'라는 생각에 잠시 불편을 피하기 위해 헬멧을 벗어던질 때 위험한 순간은 다가온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와 재계는 각종 안전대책을 내놓고 있다. 대부분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한 보여주기 식이라는 지적들이 많다. 6.4 지방선거를 맞이해 여야 후보들은 수많은 안전 관련 공약을 내 놓고 있다. 재계 역시 안전관련 전문가들을 영입하고 관련 조직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같은 대책이 우후죽순으로 나오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학생이던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그 다음해 군대에 입대해 훈련소에서 삼풍백화점 사고 소식을 들었을 때도 한창 기자생활을 하고 있었던 2003년의 대구지하철참사 당시에도 지금과 똑같은 대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안전관련 교육 대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당장의 사회 분위기에 편승한 대책은 수 없이 많지만 근본적인 안전과 관련한 대책은 지금 당장 필요하지 않다는 생각일까. 정부와 재계에서 안전관련 대책을 마련하는 사람이라면 바로 한강 자전거 도로로 가보기를 권한다. 왜 이런 일이 끊이지 않는가를, 안전사고를 막으려면 어린 시절부터 체계적인 안전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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