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해섭 기자]전남대학교병원 장기이식센터 최수진나(이식혈관외과), 정상영(외과), 최성규(소화기내과), 기승정(진단검사의학과) 교수팀(이하 최수진나 교수팀)이 최근 혈액형이 다른 기증자의 간을 간경화 말기 환자에게 이식하는 수술에 성공했다.
간경화 합병증으로 고통 받던 혈액형 A형의 류 모씨(59)는 가족이나 친척 중 혈액형이 일치하거나 적합한 기증자를 찾지 못해 혈액형이 다른 B형인 아들의 간을 이식하는 혈액형불일치 간이식을 받기로 결정했다.
최수진나 교수팀은 혈액형 불일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식 전 처치로 거부 반응과 관련된 항체 생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B림프구 생성을 감소시키는 약제를 주사했고, 4차례의 혈장교환술을 통해 혈액형에 대한 항체를 제거한 후 이식 수술을 시행했다.
수술은 6시간에 걸쳐 성공적으로 끝났으며, 환자는 거부반응이나 큰 합병증 없이 이식 후 3주째 건강하게 퇴원했다.
최근까지 간이나 신장이식은 혈액형이 맞지 않는 사람끼리 이식을 하게 되면 혈액 내에 있는 혈액형 항체가 이식된 장기를 공격하면서 심한 거부반응을 일으켜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이식의 절대적인 금기사항이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환자와 기증자 간의 혈액형이 일치하거나 적합한 경우에만 이식이 시행되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새로운 면역억제제와 치료법의 개발로 혈액형 불일치를 극복하는 장기 이식도 점차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추세이다.
최수진나 교수(장기이식센터장, 이식혈관외과과장)는 "이번 혈액형 불일치 간이식의 성공은 수준 높은 전남대병원의 이식 역량을 보여준 것으로, 말기 간경화나 절제가 불가능한 간암으로 고통 받고 있는 환자들에게 더 많은 간이식 기회를 제공하는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며 "혈액형 불일치 간이식을 더욱 활성화 시키고 이식 수술 영역을 넓혀감으로써 이식 받을 장기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을 극복하고 말기 간경화나 간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삶을 제공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끊임없는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환자 류 씨는 수술 후 “처음엔 어린 아들의 간을 이식 받는다는 것을 수용하기 어려웠다. 지금 이렇게 건강하게 수술 하고나니 아들에게 미안하면서도 고맙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말했다.
자신의 간 60%를 떼어준 아들은 “자식으로서 당연한 도리이기에 주저할 이유가 없었죠. 혈액형이 달라 걱정했는데 수술 후 좋아진 아버지의 모습을 보니 기쁘다”고 밝혔다.
노해섭 기자 nog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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