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유럽의 선진국가들이 외국자본의 인수합병 위협에 맞서 자국기업의 지배권을 공고화하기 위해 피라미드 출자와 상호출자 형태의 기업소유 지배구조를 형성해왔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4일 '유럽 주요국 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 현황과 시사점'(이병기 선임연구위원, 이우성 교수)이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웨덴, 벨기에, 네덜란드 등 유럽의 6개 선진국가의 기업 소유지배구조 현황 등을 해당 국가의 문헌을 활용해 비교ㆍ분석해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했다.
먼저 유럽 선진국가에서 기업지배구조 변화를 살펴본 결과, 자국 기업집단의 지배권 안정을 위해 방어적인 제도를 발전시켜온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유럽 국가들이 외국인에 의한 인수합병의 위협에 직면하면서, 독일의 경우 은행과의 상호출자관계와 피라미드 출자관계, 스웨덴의 경우 다중의결권과 피라미드 출자구조 등을 통해 자국 기업의 경영권을 보호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또 보고서는 2000년대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의 개방화에 따른 국제 금융투자기관의 지분확대 압력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는 크게 변화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일부 신규 상장기업들과 다국적 기업의 상장으로 주식시장에서의 소유분산화 경향이 나타나고 있지만, 전통적인 기업집단들은 기존의 피라미드 출자체계나 다중의결권 체계를 통해 안정적인 소유지배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유럽 선진국가들이 자국의 주요 기업집단들의 경영권을 안정화시킴으로써 외국인에 의한 인수합병과 산업지배를 허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아울러 보고서는 유럽 선진국가의 경우 지주회사와 피라미드 출자, 상호출자와 관련해 별도의 법적 규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전통적으로 지주회사체계와 피라미드 출자구조 형태의 기업집단체계가 형성되어오면서, 법 제도적으로 자유계약의 원칙에 따라 피라미드 출자구조 형태가 허용되는 등 법적 규제가 존재하지 않았다.
이와 함께 유럽선진국가의 국가별 사례를 살펴본 결과 기업집단의 피라미드 출자구조와 순환출자구조가 다양하게 나타났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독일의 경우 은행과 산업자본간 상호출자관계와 피라미드 출자관계를 보였으며, 이탈리아에서는 기업 간 상호주식보유와 임원겸임을 특징으로 하는 특유의 그룹형태가 발전돼 온 것으로 확인됐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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