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45)이 8일 오전 11시 파주NFC(국가대표 축구트레이닝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4 브라질월드컵에 출전할 23명을 발표했다.
박주영(29·왓포드)과 손흥민(22·레버쿠젠), 기성용(25·선덜랜드) 등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이 아홉 명 선발됐고, 김신욱(26·울산), 이근호(29·상주), 정성룡(29·수원) 등 국내리그에서는 여섯 명이 뽑혔다. 나머지는 중동리그 소속 선수 한 명, 중국리그 소속 세 명, 일본 J리그 소속 네 명으로 채웠다.
깜짝 발탁은 없었으나 왼쪽 측면 수비수로 선발이 유력시되던 박주호(27·마인츠)가 낙마했다. 빈자리는 윤석영(24·퀸스파크 레인저스)이 대신했다. K리그 클래식 공격 포인트 1위(4골 7도움)인 이명주(24·포항)도 경쟁자인 하대성(29·베이징 궈안)과 박종우(25·광저우 부리)에 밀렸다.
홍 감독은 "어젯밤까지 고민한 뒤 23명을 정했다"고 했다. 그는 또 "우리가 브라질월드컵에 참가할 32개국 가운데 가장 힘든 도전을 해야 한다"며 "무엇이 필요한지 점검해서 선수를 선발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홍 감독과의 일문일답
-박주호가 탈락한 이유는?
▲ 선수 선발에서 마지막까지 고민한 포지션이 왼쪽 풀백, 박주호였다. 박주호는 부상이 아직 완쾌되지 않았고, 실밥도 풀지 않았다. 한국에 돌아와 빠른 회복은 하고 있었는데 상처가 남아 있었다. 그동안 박주호가 브라질에 가지 못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
-윤석영을 발탁한 까닭은?
▲윤석영은 기본적으로 후보군에 있는 선수다. 박주호 부상과 맞물려 유럽에 있는 안톤 코치가 QPR 경기를 직접봤다. 감독과 코칭스태프와 이야기를 나눴다. 몸 상태도 좋다는 추천을 받아 선발하게 됐다.
- K리그에서 맹활약 중인 이명주는 왜 뽑지 않았나.
▲이명주가 K리그에서 아주 좋은 활약을 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공격형 미드필더는 공격수들과 경쟁해야 한다. 수비형 미드필더에는 기성용, 한국영, 하대성 등이 있는데 한국영만이 수비형 미드필더를 소화할 수 있다. 이명주는 1월 전지훈련 때 가능성을 보기 위해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주문했는데 결과적으로 내 선택을 받지 못했다.
- 수비수에서 곽태휘의 발탁이 눈에 띈다. 황석호는 두 가지 포지션을 뛸 수 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할 생각은. 하대성과 김창수는 어떤 역할을 기대하는가.
▲김창수는 경기 출전에 전혀 문제가 없다. 하대성은 기성용의 대체자 역할을 기대한다. 황석호는 중앙과 측면 수비가 가능하다. 만약 수비형 미드필더에서 제공권이 필요할 경우 기용할 수 있다. 곽태휘는 가장 경험이 많다. 경기에 출전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대표팀이 요구하는 역할을 충분히 하겠다고 했다.
- '황제 훈련' 등 논란이 많은 박주영을 발탁한 이유는?
▲박주영에 대한 특혜는 사실과 다르다. 누구든지 우리가 필요한 선수라면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박주영이기 때문에 많은 논란이 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세계 최고 기량의 선수들과 경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경험이라는 부분을 배제할수 없다. 그런 측면에서 공격수 중 박주영을 대체할 만한 선수를 찾지 못했다. 그동안 많은 선수를 기용해봤지만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
- 선수들이 리그가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귀국하는 것에 대한 생각은?
▲중요한 건 해당선수와 구단의 합의다. 기성용은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고, 다른 선수들도 구단과 합의 하에 귀국했다. 마지막까지 소속팀을 위해 선수들이 해야 할 의무가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월드컵에 출전할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이 고국에서 대회를 준비하는 것은 세계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골키퍼를 빼고 K리그 선수들은 세 명만 선발했는데.
▲끝까지 포지션별 경쟁력에 대해서 많은 신경을 썼다. 선수들 서로의 실력을 인정할 수 있는 겸손함도 판단했다.
- 대표팀 명단을 보고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판단할까?
▲일단은 젊은 팀이라고 생각할 것 같다. 우리 선수들이 좋은 리그에서 경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팀에서 얼마나 개개인을 파악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경험이 없다고 말하지는 못할 것이다.
- 세월호 사고로 국민들이 대표팀을 통해 위안을 얻길 바랄 텐데. 선수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감독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선수로 월드컵에 네 번 출전했는데, 부담감은 피할 수 없다. 그 부담이 선수들에게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을 위해 더욱 힘을 내야하는 상황이다. 희망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 감독으로 맞는 첫 월드컵인데?
▲부담은 있지만 그렇게까지 힘든 상황은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2002년 월드컵 때 공포심이 있었다. 그 전까지 1승도 못했고, 홈에서 열리는 경기라 두려움이 앞섰다. 그동안 월드컵을 치르면서 느꼈던 점과 부족했던 부분을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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