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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손가락 거두고 한국사회를 되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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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손가락 거두고 한국사회를 되돌아보자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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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 우리와는 완전히 다른 교통문화를 보고 놀랐다. 구급차, 소방차, 경찰차 등 사이렌을 울리는 차량이 질주해 오면 모든 운전자들은 일제히 미리 알아서 길을 비켜주는 모습이 그것이었다. 사이렌 차량의 운전자들은 거리의 모든 차량들이 길을 양보해줄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속도를 조금도 늦추지 않고 달렸다. 그들은 모세의 지팡이를 휘두르는 것과 같았고, 일반 운전자들은 홍해가 갈라지는 듯했다. 흡사 잘 훈련된 군대와도 같이 일사불란한 팀워킹이었다.


이는 사람의 목숨이 촌각을 다투는 절체절명의 긴급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앰뷸런스 운전자들에게 길을 열어주면 생면부지일지언정 위험에 처한 누군가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같은 사회에서 동시대를 공유하는 구성원 서로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이자 예의라는 생각 때문이다. 생명보호를 다른 어떤 가치보다 최우선으로 존중한다는 공유된 사회적 가치의 반영이기도 하다. 따라서 사이렌 차량의 운전자들에게는 신호 불문하고 질주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고, 동시에 그 권리는 최대한 빨리 인명을 구해야 한다는 책임의 대가이기도 한 것이다.

이처럼 사회적 재난이나 위급상황에서 구급차량이나 구조대원들의 임무는 실로 막중하다. 비상시의 임무수행이 그들의 존재 이유이며 그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그들은 평시를 비상시로 간주하고 훈련을 거듭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임무수행 능력은 구급차만의 문제로 한정 지을 수는 없다. 일사불란한 사회적 팀워킹과 사회 구성원들의 배려와 협조가 없다면 앰뷸런스의 사이렌은 유명무실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 세월호 참사로 인한 사회적 분열이 도를 넘고 있다. 대부분 누군가를 향해 손가락질하기에 급급하고 잘못의 경중과 책임의 우선순위를 따지기에만 바쁘다. 일차적으로 관료집단들이 뭇매를 맞고 있다. 청해진이라는 회사와 그 사주 일가, 구원파라는 종교집단은 사회적 공적이 되고 있다. 언론은 연일 누군가 희생양을 찾아 이 거대한 성토의 제단에 제물로 바치려고 한다. 현 정권의 비판세력들은 극렬한 야유와 조롱을 보내고, 현 정권 지지층들은 비판자들을 향해 색깔론의 마녀사냥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이 모두가 감정 분출에는 도움이 될지언정 문제의 근원적 처방책은 아니다. 그 대신 상대를 향한 손가락을 각자에게 돌리고 스스로를 성찰하는 것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우선 관료집단은 가장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 임무의 대가로 주어진 권한만 취하고 책임은 일절 회피하려 하지 않았는지 먼저 돌아봐야 한다. 환골탈태해야 한다. 또한 사건 사고의 현장마다 언론들은 무질서를 조장하거나 잘못된 보도로 여론을 호도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사태를 악화시키지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 일반 시민들은 냄비처럼 들끓어 스스로 오도된 여론의 주체이자 생산자가 되지는 않았는지 반성해야 할 것이다.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과 정치권은 관료집단에게 재난 긴급대처를 위한 최적화된 현장 매뉴얼을 마련하고 그대로 실행됐다면 그 결과를 따져 묻지 않는 여건을 조성해줘야 한다. 그리고 비상사태 발발 시에는 현장 책임자에게 전권을 부여하는 권한 위임이 이뤄져야 한다. 이럴 때 사태 해결의 순발력 있는 조치가 가능하다.


우리는 의사결정과 실행 책임을 서로 미루다가 600년 역사의 숭례문을 태워 먹은 쓰라린 경험도 갖고 있다. 이제는 충분히 구할 수 있었던 수백 명의 꽃다운 생명들마저 수장시켰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지금, 우리 모두는 다 함께 백척간두에 서 있다는 심정으로 너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로 인식하며 다시 일어나야 한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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