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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마지막 한명까지 구조해주실겁니까?" 삭힌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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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마지막 한명까지 구조해주실겁니까?" 삭힌 질문들 세월호 침몰사고 19일째인 4일 오후 12시5분께 박근혜 대통령이 진도 팽목항을 찾아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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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전남)=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김민영 기자]"내가 대통령에게 뭐 물어보고 싶은지 알아? 우리 애들 죽음은 타살입니다. 마지막 한 명까지 구조 약속해주실 수 있습니까?"

세월호 침몰사고 19일째인 4일 오후, 전남 진도 실내체육관에 머무르던 실종자 아버지 김씨(가명)는 박근혜 대통령이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방문한다는 소식에도 팽목항으로 가는 버스를 타지 않았다. 대신 다른 실종자 아버지들과 함께 담배를 물었다. 그는 "(박대통령이 팽목항에 온다는)이야기는 들었다"면서도 "지금 오면 뭐하냐"고 고개를 떨어뜨렸다.


김씨는 "대통령 오면 진짜 물어보고 싶은 말이 뭔 줄 아냐"며 꼬깃꼬깃 접은 쪽지를 펼쳐보였다. 파란펜으로 질문 세 개가 적혀있었다.

그는 "청해진해운, 관리감독업체, 정부의 늑장구조, 구조방치에 의한 애들의 죽음은 타살"이라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고 싶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물어도 답은 안 나오겠지"라고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정부에서 인양이야기를 다시 꺼내면서 실종자 가족들의 마음은 더 타들어가고 있다.


김씨는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게 실종자가 20명 이내로 줄어들었을 때"라며 "(가족들의) 힘이 분산되고 약해져서 결국 정부에 끌려갈 텐데, 마지막 한명까지 구조 되겠냐"고 한숨을 쉬었다. "마지막 한명까지 구조 약속할 수 있습니까." 그가 꼭 묻고 싶었던 말이다.


함께 담배를 피던 또 다른 실종자 아버지 이씨(가명)는 박 대통령의 방문에 격양된 반응을 보였다. 진작 왔어야 했다는 것이다.


이씨는 "우리가 청와대 간다고 하고 했을 때 안 오지 않았냐. 막았지 않냐"며 "정부는 어차피 세월은 흘러간다고 안일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이제는 인원이 적으니 이대로 끝내버리려 할까 걱정"이라고 다시 담배를 물었다.


다른 실종자 아버지는 "경찰들이 깔린 것을 보고 대통령이 오는 구나 했다"며 "이젠 브리핑이다 회의다 모여라 이 자체가 싫다. 가봤자"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씨는 매번 반복되는 이야기, 대책회의라곤 하지만 나오는 대책은 없는 이 상황이 고통스럽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그가 팽목항에 가지 않은 까닭도 이것이다. 마땅한 답변이 돌아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담배라곤 가까이 해본 적 없던 그는 사고 후 진도에 내려오면서부터 흡연을 시작했다.


이날 오전 10시를 기준으로 아직까지 찾지 못한 실종자 수는 60명. 박 대통령이 팽목항을 방문한 시각, 그냥 천막을 스쳐 지나가는 가족들도 다수였다. 사고 이후 정부가 보여준 무능력한 대처에 크게 실망한 까닭이다. 더욱이 박 대통령이 참사 발생 13일 만에 표명한 사과가 유가족을 만난 자리가 아닌 국무회의였다는 점에서 희생자 가족들의 상처는 더 벌어졌다.


팽목항 본부를 지나가던 한 학부모는 "대통령 안 봐도 된다"며 "뭐하는거야 대체 이게"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또 다른 가족도 "가서 뭐해"라고 표정을 구겼다. 그는 "이제 정부에 대한 어떠한 기대도 없다"며 "우리 애만 빨리 찾아 달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12시5분께 팽목항에 도착, 가족들과 40여분간 대화했다. 이어 시신확인소에서 시신을 직접 본 후 오후 1시께 자리를 떴다.


박 대통령은 실종자 가족들에게 "실종자 분들의 생환을 기원했지만 아직도 실종되고 돌아오지 못한 분들이 많다. 여러분의 참담한 심정을 헤아리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구조작업을 진행하겠다. 가족 분들이 아픔을 딛고 일어서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침몰사고 현장을 찾은 것은 지난달 17일 이후 두 번째다.




진도(전남)=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진도(전남)=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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