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정홍원 국무총리가 27일 전격 사의를 표했다. 세월호 침몰사고에 대처하는 데 있어 정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반성이며, 이에 대한 책임을 국무총리로서 모두 떠안겠다는 것이다.
한편에는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으로 향하는 국민의 분노를 중간 차단하겠다는 의도도 보인다. 이날 사의 표명이 박 대통령과의 사전 교감 없이 이루어졌을 것이라 보기 어렵고, 시점도 야당의 전면적인 정부 공격 직전이었다는 점 등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다.
김한길ㆍ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는 이날 오전 11시 박 대통령의 책임을 추궁하는 기자회견을 열 참이었다. 정 총리는 이보다 한 시간 앞선 10시 사의표명 기자회견을 급히 열었다.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기 전 박 대통령에게 시간을 벌어주겠다는 의도가 보인다.
심상치 않게 흘러가는 부정적 여론도 급작스러운 사퇴 결심의 배경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25일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가장 책임 있는 정부 당국은 안전행정부(17.8%)도 아니고 해양수산부(19.4%)도 아니며 해양경찰청(14.7%)도 아닌 청와대(33.9%)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서치뷰가 팩트TV와 함께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다. 박 대통령의 국정지지율도 급락했다. 18일 71%까지 올랐던 지지율은 24일 54%를 기록했다.
그러나 정 총리의 사퇴 결정은 오히려 역풍이 돼 돌아올 수도 있다. 사고 수습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총리가 사퇴한 것이 '무책임한 결정'이란 비판도 있으나, 무엇보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입장과 6ㆍ4 지방선거를 고려한 전략적 판단으로 국민에게 인식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박 대통령은 정 총리의 사의에 대해 "심사숙고해 판단할 것"이라고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27일 밝혔다. 박 대통령은 29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현 상황에 대한 종합적인 의견을 재차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 앞선 2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사고 후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내놓았지만, 세월호 선장 등 사고 당사자와 공무원들의 무사안일주의를 질책하는 데 그침으로써 '대통령이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인상을 준 바 있어, 29일 국무회의에서는 이 같은 여론을 감안한 입장을 언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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