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헐값에 사온 폐선 한 척이 160억대의 알짜자산이 되다'
진도 앞바다에 가라앉은 선박 세월호의 얘기다. 일본에서 18년을 운행하다 약 80억원에 사들여온 것으로 알려진 이 배는 증축이 되고, 기대수명이 늘면서 자산가치가 훌쩍 뛴다. 회계상 '유형자산의 재평가'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세월호의 자산가치를 끌어올린 증축과 내용연수는 이 배를 침몰시키는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2013년 회계연도 감사보고서상 세월호의 장부상 가치는 160억이다. 청해진해운이 보유한 나머지 선박 4척(오하나마호 33억원, 오가고호 10억원, 데모크라시5호 23억원, 데모크라시, 1억원)을 모두 합한 값의 3배가 넘는다. 55억의 자본금으로 시작한 청해진해운이 지난해 낸 순이익 4억3000만원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알짜 자산이었던 셈이다.
세월호가 고가자산이 되는 데는 일차적으로 수직증축의 영향이 컸다. 회계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선박의 수직증축은 배의 장부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이 관계자는 "증축을 하게 되면 여객과 화물수용인원이 늘면서 자연히 선박이 낼 수 있는 수익이 늘게 되고 회계상 유형자산가치도 올라간다"고 말했다.
실제로 세월호는 1994년 6월 일본 하야시카네 조선소에서 건조돼 2012년 10월 국내로 도입된 이후 넉달 동안 전남 목포의 한 조선소에서 개조 작업을 거쳤다. 이로 인해 총톤수는 6586t에서 6825t으로 239t(3.6%) 늘었다. 승무원을 포함한 총 정원도 840명에서 956명으로 116명이 됐다. 애초 3·4층에만 있던 객실은 4층 홀 공간을 2개 층으로 나누는 방법 등으로 3개 층에 설치했다.
선박의 선령제한법이 바뀌면서 감가상각이 바뀌어 적용된 점도 세월호의 자산가치를 높이는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청해진해운은 세월호를 지난 2012년 '건설중인 자산'으로 분류했다 지난해 유형자산(선박)으로 대체했다. 영업활동에 활용할 수 있는 유형자산으로 승격시킨 셈이다. 유형자산으로 분류되면 감가상각이 시작되는데 감가상각은 영업활동에 사용될 수 있는 예상 수명에 근거한다. 2009년 해수부가 선박점검을 강화하는 조건으로 선령 제한을 20년에서 30년으로 연장하면서 이전 법에 따르면 2년밖에 남지 않았던 선령이 12년이나 늘어나게 되고 자연히 이 배의 유형자산 가치도 오르게 된 것.
이러한 수직증축과 내용연수를 통해 감사보고서상 2012년 말 기준 126억8000만원이었던 세월호의 장부가액은 1년만인 지난해 말 168억원으로 증가했고, 결국 일본에서 헐값에 매입한 가격(80억원)을 훨씬 뛰어넘는 고액의 유형자산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수사당국은 낡은 배의 무리한 증축이 이번 사고의 원인 중 하나가 됐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렇다면 좌초한 선박의 자산가치를 높이 매긴 것이 회계상으로 문제가 되지는 없을까? 전문가들은 회계정보라는 것이 상당부분 기존의 안전성 검증 테스트를 거친 다음에 이뤄진 정보이기 때문에 문제소지는 없다고 판단한다.
회계법인 한 관계자는 "배가 얼마나 안전하게 운행이 되는지 여부는 회계사가 판단할 수 있는 감사보고서에 나타나기 어렵다"면서 "한국선급이나 한국해운조합의 안전성 검증 테스트를 거친 상황에서 자산 재평가가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못박았다. 다만 "기업 사업보고서의 주석이 다양한 정보들을 총망라하는 자료라는 점을 감안하면 해운회사의 경우 선박의 안전성에 대한 더 구체적인 정보가 공시될 필요는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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