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 세월호 사고 초기 꾸려진 정부의 대책본부가 우왕좌왕하며 '골든타임'을 놓친 가장 큰 원인으로 '재난 대응전문가'가 없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고 당시 안전행정부가 차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의 고위관료 중 ‘재난대응 전문가’라고 불릴 만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중대본의 인력 편성시 장·차관은 물론 담당 공무원들의 재난 관련 경력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다. 안행부 관계자는 "공무원 개개인의 재난대응 경력을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범정부대책본부에 파견된 공무원들의 재난대응 경력을 묻는 질문에도 관계자는 “실국장급 39명으로 한번씩 재난관리부서에 근무경험이 있어 대체로 전문가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가위기관리학회 학계 전문가는 “순환보직인 행정직 공무원들의 재난관련 부서 근무경험을 두고 '재난대응 전문가'라고 부를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2년 전 방재전문가를 적극 채용하겠다고 해놓고 현재까지 한명도 채용하지 않았다”며 “그 계획만 실현됐어도 방재전문인력이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또 "위기관리는 예방·대비·대응·복구로 4단계로 진행되는데, 중대본은 예방·복구 등 재난관리업무를 맡고 긴급대응·구조 등 대응업무는 소방방재청이나 해양경찰청 등 대응에 특화된 곳에서 맡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전문가가 빠진 중대본은 사고 첫날 구조인원을 368명이라고 섣불리 발표했다가 몇 시간 만에 164명으로 정정하는 등 국민 앞에 허점을 통째로 내보였다. 비난이 거세지자 강병규 안행부 장관은 컨트롤타워 역할을 목포해양경찰서로 넘겼다. 그러나 목포에 국무총리를 본부장으로 차려진 범대책본부 또한 중대본의 행태를 반복했다. 공식발표 내용이 수차례 번복되는가 하면 부처 간에 엇박자로 위기상황에 대비한 소통체계가 전혀 갖춰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국가의 위기관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채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 가족과 국민의 분노와 절망은 커져갔다.
안행부가 중대본을 만들면서 꾸린 민관협력긴급대응단도 아직 체계가 덜 잡힌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안행부로 중대본을 옮기면서 개정한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민관협력위원회 설치근거를 마련하고 전문성, 현장 경험 등을 고려해 민간위원 28명을 포함한 30여명 위원으로 위원회를 구성했다. 국가도시방재연구센터, 한국구조연합회, 대한민국재난구조협회, UDU중앙회특수재난구조협회 등의 민간단체들이다. 이들의 발빠른 대처는 각 단체별로 오랜기간 쌓아온 대응시스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대한민국재난구조협회 관계자는 “민관협력긴급대응단의 정동남 위원장이 연락이 오긴 했지만 재난구조협회자체의 긴급연락망 체계가 훨씬 수월하고 기동력이 있어 재난구조협회 이름으로 전국 팀원들을 소집했다”며 “아직 그쪽(민관협력긴급대응단)은 체계가 덜 잡힌 것 같다”고 말했다.
중대본은 사고대응 3일 만에 문을 닫고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사고 첫날 바톤은 목포해양경찰청에 꾸려진 범정부대책본부에 넘겨졌으나 중심을 잃은 대책본부는 계속해서 흔들렸다. 이를 두고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우후죽순으로 대책본부가 차려지지만 이름만 ‘대책본부’일 뿐 무용지물이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안행부로 재난대응본부가 이전되면서 방재청의 전문인력을 흡수하지 않아 준비가 불충분하다는 반대가 있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박나영 기자 bohe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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