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유제훈 기자]
진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한 세월호가 화물 적재량·승무원 의무 등을 규정한 '운항관리규정'이 있음에도 이를 제대로 준수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청해진해운 측이 18일 공개한 세월호 운항관리규정은 선박 운항과 관련해 화물 적재량·승무원 배치 및 역할·비상상황시 대응방안을 규정한 일종의 '매뉴얼'이다. 지난해 2월 인천해양경찰서가 심사 완료해 사고 당시까지 적용되고 있었다. 그러나 사고 전·후 과정을 보면 이와 같은 규정은 정확히 지켜지지 않았다.
◆ 운항관리규정에서 정한 차량 적재기준 32대 초과…화물은 보고한 것보다 2배 많아
먼저 청해진해운이 운항관리규정에 적시된 '차량 적재기준'을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운항관리규정에 따르면 세월호에 실을 수 있는 차량은 총 148대(승용차 88대, 화물차 60대)였다. 그러나 김재범 청해진해운 기획관리부장은 18일 브리핑을 통해 사고 당시 세월호엔 총 180대(승용차 124대, 1톤 차량 22대, 자동화물 34대)의 차량이 있었다고 실토했다. 운항관리규정에서 정한 148대에 비해 32대 정도가 많은 수치다.
선사 측은 해운조합에도 화물중량을 '축소보고'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한국해운조합에 따르면 세월호는 출항 전 보고서를 통해 150대의 차량과 657t의 화물 만이 선내에 있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사 측이 밝힌 차량 대수에 비해 30대 정도를 축소보고하고 출항에 나선 것이다.
◆ 교육·훈련에 고작 54만원…안전교육 받지 못했다는 진술도 나와
비상시 대응훈련 체계 역시 부실했다는 지적도 있다. 운항관리규정에는 해상인명안전훈련 및 대응훈련을 매10일마다 전 선원을 대상으로 시행하게 돼 있고, 해양사고 대응훈련도 전 선우너을 대상으로 6개월마다 진행하는 것이 원칙으로 돼 있다. 그러나 청해진 해운측이 지난해 쓴 교육훈련비는 고작 54만1000원에 불과했다. 교육비가 2011년 영업적자를 냈을 때 87만원, 2012년 흑자를 달성했을 때 140만원에 달했던 것을 감안하면 사고를 대비한 교육·훈련이 부실했음을 추측케 한다.
실제로 규정에 승무원은 비상상황 발생 시 담당구역의 여객 대피 안내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되어 있지만, 정작 대다수의 승무원들은 사고가 발생한 후 승객들 보다 앞서 대피했다. 합동수사본부의 수사과정에서도 선원들은 "안전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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