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사 본인 의사와 달리 강제할 경우 부작용 나타날 수 있어"…"LIG손보 인수불참은 실익 따지기가 어려웠기 때문"
[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남재호 메리츠화재해상보험 사장은 15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보험설계사에 산재보험을 의무 적용하는 것은 강제적으로 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강제성을 띌 경우 보험설계사 본인의 의사와 다를 수도 있기 때문에 자율의사에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에는 공감한다"고 말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보험설계사를 비롯해 골프장캐디, 학습지 교사, 레미콘자차기사, 택배기사, 퀵서비스기사(전속) 등 6개 특수고용형태 근무자에게 산재보험을 의무 적용하는 '산재보험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환노위는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하지만 법제사법위원회는 절차상 문제 있다는 이유로 본회의에 올리지 않았다. 이르면 이달 국회 법사위에서 통과 여부가 결정된다.
산재보험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업계는 물론 고수익 보험설계사들에게 비용부담을 줄 수 있다. 메리츠화재의 보험설계사는 1만7000여명에 달한다. 실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인력은 8800명 수준이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남재호 사장은 "자사 보험설계사의 22% 정도는 이미 개별적으로 산재보험에 가입한 상태"라며 "산재보험에 대한 의무 적용이 될 경우 비용적인 부담은 크지 않지만 무엇보다 이를 원하지 않는 보험설계사들도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남 사장은 LIG손보 매각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서는 "현재 인수작업에 대한 검토가 중단된 상황"이라며 "매각금액도 다소 높게 형성된 것 같고 인수 실익을 따지기가 어렵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LIG손보는 업계 시장점유율 4위의 보험사다. 이번 매각지분 대상은 LIG손보 오너 일가가 보유한 20.96%다. 시장에서는 인수 이후 LIG손보의 재무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자본확충 등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매각금액이 1조원 규모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예비입찰 결과 후보들이 4000억~5000억원 수준에서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 사장은 앞으로 보험회사의 경쟁력은 수익성을 지속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점유율도 중요하지만 특정 타깃을 정해 집중적으로 영업을 해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양적인 성장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시장점유율이 높다고만 해서 무리하게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메리츠화재는 2022년 10월에 창립 100주년을 앞두고 있다. 남 사장은 지난달 14일 공식 취임한 이후 최고의 가치와 효율을 창출하는 보험사를 만들기 위한 경영에 돌입했다.
남 사장은 "치밀하고 세밀한 경영전략이 없으면 수년 후에 나타날 시장에서의 문제점들을 해결해나가기 어렵다"며 "지금부터 내실위주의 수익성 창출과 타깃 영업 등을 통해 경쟁력을 쌓아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수익지표를 두자릿수 이상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남 사장은 우선적으로 올해에는 판매 부분에서 영업력과 상품력을 높이고 보상부분에서 고객 신뢰를 더 향상시키겠다는 목표다. 남 사장은 "금융업은 사전에 충분히 준비하지 않으면 장기적인 성과를 낼 수 없다"며 "수익이 수반된 영업과 교육 등을 통해 직원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면서 해외시장 진출도 적극적으로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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