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에서는 경기회복세의 온기가 완연하다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인력 구조조정 한파가 거세게 불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주 경기국면을 진단한 보고서에서 '우리 경제는 2011년 상반기에 저점을 찍은 후 상승국면에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지난해의 3.0%보다 1%포인트 높은 4.0%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기업들은 대규모 인력감축 계획을 잇달아 발표하는 등 구조조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주에는 KT와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들이 구조조정 돌입을 선언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 구조조정에서 KT는 6000명, 삼성생명은 1500명, 삼성증권은 500명의 인력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만이 아니다. 금융권에서는 한화생명, 한국씨티은행 등도 인력감축을 진행 중이다. 비금융권에서도 지난해 연말 이후 한진해운, 한국지엠, 르노삼성 등 많은 기업들이 인력감축에 나서고 있다.
경제지표로 보면 경기회복세가 확산되는 시기에 금융회사와 대기업들 사이에 인력 구조조정이 대규모로 전개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번 인력 구조조정 바람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수준을 넘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대부분 명예퇴직 방식으로 희망자에 한해 인력감축을 실시한다고 하지만, 구조조정이란 것이 그렇게 너 좋고 나 좋은 식으로만 이루어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다. 목표를 정해 놓고 추진하는 대규모 인력감축은 자칫하면 노사갈등으로 이어져 기업의 생산성에 흠집을 내기도 한다.
불황이 길었던 데다가, 경기회복세가 확산된다고는 하지만 그 기세가 미약한 것이 최근 구조조정의 주요 배경이라고 볼 수 있다. 올 들어 나타난 산업생산 증가는 서비스와 공공 부문이 주도했고, 제조업 부문은 부진하다. 극소수 수출기업을 제외한 대기업들 대부분과 금융회사들의 수익성은 개선의 기미를 보이기는커녕 오히려 나빠지고 있다.
또한 비금융 대기업이든 금융회사든 그동안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고 기존의 사업구조와 영업관행에 안주한 탓이 아닌지도 반성할 일이다. 꼭 필요한 인력감축이면 해야겠지만, 유행처럼 덩달아 하는 인력감축은 바람직하지 않다. 계속 살려나가야 할 경기회복세가 구조조정 한파에 얼어붙지 않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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