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국내 주요 제약사들의 해외시장 개척 성과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정체된 내수 시장을 극복하고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기 위한 신시장 개척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는 평가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녹십자는 올해 수출이 최소 2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지난해 수출 규모인 1510억원 대비 30% 이상 신장한 규모다. 30%는 국내 주요 제약사들 중 가장 높은 수출 성장률이다.
수출은 백신사업부가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대상포진과 성인용 뇌수막염 백신, 혈액제제 등의 매출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같은 성과는 수출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10여년 이상 해외시장 개척에 공들인 것이 바탕이 됐다. 녹십자는 1995년 중국에 혈액제제 공장을 설립했으며 태국 공장은 내년 완공을 앞두고 있다. 특히 오는 2019년까지 캐나다에도 혈액제제공장을 만들어 북미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녹십자 관계자는 “캐나다 공장이 완성되면 북미 시장에서만 연간 3000억원 이상의 매출이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한미약품도 수출액이 지난해 770억원에서 올해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올해 처음 미국에 진출한 개량신약 에소메졸이 현지에서 수백억원 가량의 매출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미약품의 경우 중국 계열사인 북경한미가 올해 2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해외시장 개척 성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는 평가다.
유한양행과 LG생명과학도 1000억원 이상의 수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한양행은 원료의약품과 간염치료제 등의 수출 확대에 힘입어 지난해 보다 20% 이상 성장한 1500억원 내외의 수출이 기대된다. 제약업계에서 전통적인 수출 강자인 LG생명과학의 경우에도 바이오의약품 수출이 꾸준이 증가하면서 1900억원 이상의 수출이 전망된다.
이밖에도 지난해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된 동아에스티와 종근당도 수출 증가가 기대된다. 인적분할로 인해 정확한 수치 비교가 어렵지만 지난해 3월 이후 1150억원 가량의 수출을 기록한 동아에스티는 올해 전체적으로 최소 10% 이상 성장한 1300억원 이상의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의약품과 박카스 등이 수출을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종근당 역시 면역억제제와 항생제, 항암제 등을 중심으로 올해 수출이 20%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약회사들의 이같은 수출 성장은 경기 침체로 인해 국내 의약품 시장이 정체되며 해외시장 개척에 눈을 돌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수년간 지속된 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으로 인한 실적 부진 우려도 제약회사들에게 신시장이 필요한 이유였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약회사들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고 내수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 시장 진출은 필연적”이라며 “국내 의약품 수출이 꾸준히 증가해 기업들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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