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금융회사에서 직원을 채용할 때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어학시험 점수와 자격증을 요구하지 않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우선 산업은행 등 금융공기업과 전국은행연합회 등 금융업종별 협회를 더해 모두 18개 기관에 채용기준을 그렇게 새로 수립해 시행할 것을 요구했다. 입사지원서 양식에서 어학시험 점수와 보유 자격증 이름을 기재하는 난을 없애고, 채용심사에서도 이를 평가요소로 삼지 말라는 것이다. 금융위는 민간 금융회사들에 대해서도 같은 조치를 취하도록 권유해나갈 방침이다.
직원채용 시 어학시험 점수와 자격증 제시를 요구하는 관행이 과도한 것이 사실이다. 금융업계에만 한정된 관행인 것도 아니다. 이 때문에 젊은이들이 취업준비의 하나로 어학시험을 치고 자격증을 따기 위한 공부에 시간을 많이 들인다. 그 과정에서 학원수강료ㆍ교재비ㆍ응시료 등으로 적잖은 비용도 든다. 이런 시간과 비용 중 상당부분은 사회적 낭비로 볼 수 있다. 일부 자격증의 경우는 취득자가 너무 많아져 자격증을 딴다 해도 막상 취업하는 과정에서 별로 도움이 안 된다. 예를 들어 '금융자격증 3종 세트'로 불리는 펀드ㆍ증권ㆍ파생상품 투자상담사 자격증의 경우 연간 응시인원이 10만명이 넘고, 그동안 누적된 합격자 수가 50여만명에 이른다.
그렇다고 해서 금융당국이 개별 금융회사의 직원채용 기준과 방식에 대해서까지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의문이다. 취업시장의 이른바 '스펙경쟁' 과열을 비정상으로 보고 정상화하려는 범정부 차원의 정책을 금융분야에서 선도적으로 실행하겠다는 금융위의 충정은 이해된다. 그러나 과거 노골적 관치금융 시대에도 유례가 없었던 획일적 채용기준을 사실상 '시달'하는 것은 금융회사의 자율ㆍ책임경영 능력을 무시하는 처사다. 금융공기업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인력채용 시 심사요소와 평가기준은 각 금융회사가 나름대로 인력수요에 따라 정하도록 놔두는 것이 옳다.
인력 운용은 경영의 기본 중 기본이다. 채용방식의 개선 역시 금융회사가 알아서 할 일이다. 학교성적ㆍ어학시험성적ㆍ자격증 등으로 평가하는 구태의연한 채용방식으로는 창의적 인재를 얻기 어렵다. 필요한 인재를 발굴할 채용방식과 스펙을 대체할 객관적 평가기준을 금융사들은 스스로 찾아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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