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은 2001년 599억원을 시작으로 해마다 적자다. 지난해도 예외가 아니다. 공무원연금공단은 어제 '2013년 공무원연금기금 결산보고서'에서 지난해 1조9982억원으로 사상 최대 적자를 냈다고 밝혔다. 문제는 2001년 관련법 개정으로 적자가 얼마든 모두 국민 세금으로 메워준다는 점이다. 적자 보전액으로 들어간 나라 돈이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11년간 9조8000억원에 이른다.
더욱이 정부와 지자체는 부담금 명목으로 공무원 1년 보수예산액의 7%를 연금보험료로 낸다. 한 해 3조원이 넘는다. 보험료에 적자 보전까지, 공무원연금에 들어가는 국가 예산은 천문학적이다. 게다가 고령화로 수급 기간이 길어지면서 적자 폭은 갈수록 커진다. 정부는 올해 2조5000억원, 내년에 3조원 등 박근혜정부 5년간 14조9900억원, 다음 정부에선 31조4700억원으로 적자액이 5년마다 배로 불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공무원연금에 세금을 쏟아붓다가 나라 살림이 거덜 날 판이다. 개혁의 당위성이 명명백백한데도 정부 태도는 안이하다. 내년에 재정 재계산을 실시해 그 결과를 바탕으로 2016년까지 개선방안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안전행정부도 올 초엔 연금개혁추진단을 꾸리겠다고 하더니 공무원노조의 눈치를 보느라 미적거리고 있다.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이 닥치기 전에 당장 개혁에 나서야 한다. 공무원들은 2009년 개혁을 내세워 반발할 것이다. 당시 11.05%이던 보험료를 14%로 올리고 연금수령 연령을 65세로 늦췄지만 적용 대상을 2010년 이후 가입자로 한정했다. 기득권을 앞세운 공무원의 저항에 밀려 개혁이 시늉에 그쳤다. 그 후에도 공무원연금은 낸 보험료의 평균 2.5배를 받는다. 국민연금은 1.7배에 불과하다. 적자 원인으로 지목된 '조금 내고 많이 받는' 구조는 여전하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이해 당사자인 공무원들 손에 맡겨서는 안 되는 이유다.
2009년 개혁의 실패를 교훈 삼아 민간 전문가들이 중심이 된 제3의 독립기구나 국회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역대 정부가 공무원연금 개혁을 시도했지만 공무원 사회의 저항에 부딪혀 목표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박근혜정부가 진정 공무원연금 개혁을 원한다면 이번엔 흐지부지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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