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 규제개혁회의 이후 관가 움직임에 대한 어제 본지 보도(1,3면)는 적지 않은 우려를 낳게 한다. 대통령의 규제개혁에 대한 강력한 의지 표명 이후 2주일을 맞으면서 각 부처가 지나친 속도 경쟁, 과잉의욕, 개념 혼선 등 3중의 덫에 걸려 허둥대고 있기 때문이다.
규제를 개혁해야 한다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관건은 그 방향 설정과 구체적 실천이다. '올해 안 10%, 대통령 임기 내 20% 감축'이란 목표를 세우고 달성을 강제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지금처럼 건수 줄이기에 급급하면 필요성과 당위성이 높은 '좋은 규제'도 사라질 수 있다. 환경부가 어제 규제개혁 추진방안을 발표하면서 유해물질 배출시설 입지 제한을 풀기로 한 것이 단적인 예다. 미량이라도 유해물질이 검출되는 공장은 상수원보호구역에 들어서지 못하도록 해온 것을 완화하면 국민안전이 위협받는다.
박 대통령이 규제개혁회의에서 '필요한 규제'로 분류한 복지와 환경,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된 규제는 엄격히 관리돼야 마땅하다. 시장의 독점 폐해를 줄이기 위한 공정거래 관련 규제, 각종 근로기준과 소비자보호법 등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규제도 마찬가지다. 관련 부처 간 논란을 빚고 있는 게임셧다운제나 일정 기간 고기잡이를 막는 것도 청소년 정신건강과 어족자원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
규제완화 법안에 패스트 트랙 방식을 도입하자는 방안도 나왔다. 입법예고 기간을 줄이고 규제개혁위와 법제처 심사 등 절차를 간소화해 신속하게 처리하자는 것이다. 규제는 나름 이유가 있어 나왔다. 이를 풀 때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야 한다. 너무 서두르다간 이익단체나 집단민원에 휘둘릴 소지가 커진다. 졸속행정으로 또다른 후유증을 낳을 수 있다.
모든 부처에서 일률적으로 규제 건수를 줄인다는 획일적 사고를 벗어야 한다. 규제의 옥석부터 가려라. 실적 경쟁보다 국민생활 편의와 국가의 미래를 우선 생각해야 할 것이다. 속도의 완급 조절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규제개혁의 목표를 제대로 설정해야 한다. 언제까지 몇 % 줄이기가 아닌 불합리한 규제의 합리화에 둬야 할 것이다. 과거 부동산가격 급등, 카드대란, 개인정보 유출사태에서 보듯 섣부른 규제완화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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