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경기도 파주에서 추락한 무인항공기가 청와대 등을 비롯한 193장의 사진을 찍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서울상공 방어태세의 허점이 드러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체불명의 무인기가 청와대 상공과 경기 북부지역을 수차례 비행했는데도 우리군의 방공레이더망으로 포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군관계자는 3일 정례 브리핑에서 "기존에 북한이 갖고 있는 무인기는 크기가 상당히 크기 때문에 (레이더로) 다 잡을 수 있지만 (이번에 추락한) 소형무인항공기는 찾을 수 있는 레이더가 없어 탐색하지 못한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의 방공작전을 관할하는 부대는 수방사 예하로 제1방공여단이다. 2011년 3군사령부 1방공여단과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 10방공단을 통합한 부대다. 부대소속 방공부대들은 서울 도심의 고층빌딩 등에는 비행이 허가되지 않은 저고도 비행체를 요격하기 위해 배치되기도 했다. 몇해전에는 63빌딩 옥상에 부대가 소개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방공부대들의 보유무기는 천마 단거리 대공유도무기(사거리 10㎞), 20㎜ 벌컨포(사거리 2㎞), 35㎜ 오리콘 대공포(사거리 4㎞), 미스트랄 단거리 대공미사일(사거리 300∼6000m) 등이다.
이 부대들은 사전에 서울도심 비행을 신고하지 않은 비허가 비행체를 요격한다. 서울 상공에는 청와대를 중심으로 비행금지구역(P-73)이 설정되어 있다. 청와대를 중심으로 반경 1.6㎞ 구역은 P-73A, 반경 7.2㎞ 구역은 P-73B로 구분된다. P-73B는 P-73A를 보호하는 완충구역 성격이 강하다. 모든 항공기는 사전 비행허가를 받지 않고 P-73 구역에 진입할 수 없다. 청와대를 보호할 목적으로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경고사격 또는 경고 없이 격파 사격이 가능하다.
하지만 방공부대는 파주에서 추락한 무인항공기를 놓쳤다. 이때문에 무인항공기가 청와대 등을 비롯한 193장의 사진을 찍을 동안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만것이다. 이때문에 합참은 당시 방공부대의 근무체계와 레이더망 이상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1일 백령도에서 추락한 무인항공기는 북한 황해남도 온천 비행장에서 출격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무인기도 북한에서 발진한 뒤 소청도와 대청도를 거쳐 백령도까지 날아왔다가 연료부족으로 추락하기 전까지는 우리 군에 노출되지 않았다. 이 무인기는 소청도와 대청도를 왔다갔다하면서 사진촬영을 했다. 'S'자로 섬 전체를 훑으면서 지나갔다.
이 무인기가 소청도와 대청도를 떠난 시간은 각각 31일 오후 2시22분, 오후 2시47분이고 백령도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3시 이후로 추정된다. 당일 백령도 해병부대가 레이더에 포착된 정체불명의 비행체를 향해 벌컨포를 발사한 시간은 낮 12시40분이다. 따라서 백령도 해병부대가 발사한 정체불명 비행체는 이번에 추락한 무인기는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해병대는 비슷한 시간에 레이더에 포착된 비행체가 백령도로 접근하자 벌컨포 300여 발을 발사했다. 하지만 추락한 무인기와 동일한 무인기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편, 백령도 무인기는 원격조종용 통신장비와 비행자료 송ㆍ수신기를 탑재했다. 인공위성위치정보(GPS) 수신용 안테나는 두 기종 모두 장착했다. 또 날개 폭 2.46m, 길이 1.83m, 무게 12.7kg, 프로펠러 50.8cm 등이다. 후방 날개는 V자형으로 제작됐다.
파주 무인기의 엔진 배터리 앞ㆍ뒷면에 '기용날자'와 '사용중지 날자'라는 북한식 표현이 사용됐다. 북한에서는 우리말 '날짜'를 '날자'로 표기한다. 파주 무인기는 날개 폭 1.92m, 길이 1.43m, 높이 55.7㎝, 무게 15㎏이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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